어쩌면 이 게시판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진로운이 상당히 좋은 편이예요.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남들이 모두 진로 고민을 할 시기에, 저는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운빨은 그저 그런데 진로 운이 좋은건지, 단지 일복이 많은건지
지금 이 일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도 나름 순탄했고
이직을 할 때도 운이 꽤나 좋은 편이였어요.
취업이라는게
수능, 내집 장만, 육아와 더불어 본격 인생사천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어렵고도 힘든 일인데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지금도 늘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저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동료들 외에도 매일매일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제가 전공을 선택할 때 부모님이 걱정을 참 많이 하셨어요.
천성이 눈물도 많고 걱정도 많고 예민한 아이인데
매일 사람에 치이는 이 환경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하시며
신중하게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던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지금에 와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네요. 그때 부모님 말씀 들을껄.... 이라구요ㅎㅎ
학생 때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의 현장을 접할 기회가 있었어요,
현장 체험을 하면서 정말 힘든 일이 많았지만
누군가가 저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이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제 친구가 제 업무 일정을 들으면서 "몸과 마음을 갈아넣는 일"이라고 말하던데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제 일이 참 좋았고, 사실 저는 지금도 저의 일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왔네요.
얼마 전 직장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구요.
"그루잠씨, 몸도 그렇지만 마음 좀 아껴."
직장생활 쪼랩인 저였다면 그런 말을 들으면 눈물을 펑펑 흘렸을텐데
지금의 저는 피식, 웃음이 나더라구요.
"선배님, 우리가 그런거 아낄 시간이 어디있어요."
어쩌면 제가 이 직장을 오래 다닐 수 있는 이유는
현타 같은건 생각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한가했다면 당장 일을 그만뒀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이 직업이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너무나도 저답게 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다르네요.
사람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사람이 너무 싫어져요.
아침에 회사 정문을 들어서기 전에
저는 늘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고 중얼거리고 들어갑니다.
매 순간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쉽지 않네요.
솔직히 상대방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저의 도덕적 잣대가 너무 높은건지도 모르겠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은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에 와서 직업을 바꾸기엔 너무 멀리왔다고 생각하는건 사실이예요.
그런데 내가 이 일을 계속 하는게 맞는건지, 해도 되는건지
이 나이를 먹고도 아직까지도 갈팡질팡합니다.
작성자 그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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