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지 않는 자에게 보내는 시선

커뮤니티에서 종종 언급했던적이 있지만 저는 해외에서 오래 지내다가 작년에 해외생활을 접고 완전히 귀국을 했어요

경력을 살려서 그대로 한국에서 재취업을 한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저는 해외생활에도 많이 지쳐있었고 또 제가 몸담고 있던 업종에도 많이 지쳐있던 참이라 인생을 중간정산한다는 느낌으로 다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더라구요

 

회사를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유튜브에서도 주 컨텐츠를 이루고 많은 조회수도 나오고 하는 걸 보면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 그리고 직장생활에 대한 고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긴 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다음 취업자리 혹은 먹고 살  준비를 다 해놓고 퇴사를 한다는데 저는 아무 준비 그리고 새 계획도 없이 퇴사를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길때까지 당분간 쉬자 이런 맘이었지요

 

그럼 뭐 먹고 살거냐 라고 물어보실 수 있지만 다행히 저는 싱글로 생계를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나 자식이 있었던 건 아니라서 그냥 내 한몸 잘 컨트롤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하게 안일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퇴사를 했고 때마침 집계약도 끝났고 코로나도 끝날때쯤 한국으로 돌아와서 지금 1년반쯤 지났어요

 

그런데 정작 제 자신은 아직도 한국 적응중이라며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제가 나이가 40대이고 또 결혼도 안한 현재 가장 사회적 문제가 되는 무직의 독신녀이다 보니 주위의 시선이 아주 불편합니다

가족은 그렇다치고 정말 친척들의 시선이 불편해 죽겠어요

 

귀국한뒤로 이래저래 정신이 없다보니 친구들하고도 가끔만 연락하는데 연락할때마다 자꾸 뭐하냐?고 물어보는데 쉰다라고 대답을 해도 뭐하면서 쉬냐? 언제까지 쉬냐?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네요

앞으로 계획은 뭐냐? 뭐 먹고 살거냐? 결혼은 진짜 안할거냐? 늙어서 고생한다 그래도 자식은 하나 있어야 한다

너 그러다 고독사 한다 외롭지 않냐 그냥 아무나 만나서 의지하며 살아라.. 등등 레파토리가 끝도 없어요

 

나는 괜찮다

결혼이 하고 싶어지면 그 때 내가 알아서 하겠다

외로울때도 있지만 그것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

목구멍에 풀칠 할 것 같으면 그것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

아니 내가 돈 없다고 돈 빌려달라고 한적도 없는데 다들 왜 이렇게 관심이 지대하신지 아주 부담스러워 죽겠어요

 

그렇다고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남자라도 하나 소개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 주는 척 입으로만 털면서 말이죠

 

그런 얘기 들으면 다들 참 한가하시네 본인들 일이나 신경쓰시지 

이런 생각이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그래도 딴에는 관심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하고 대충 웃으면서 넘어가기는 하지만 솔직히 잘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저는 누가 쉬고 있다.. 라고 하면 다른 불필요한 질문은 안하거든요

다 쉬고 일하고 싶어지면 일하겠지

다른 소식 있으면 알려주겠지 하면서 말이죠

이런 제가 너무 감정이 메마른 인간인걸까요

 

정작 저는 출근하지 않는 현재의 삶이 아주 평온하고 좋습니다

버스며 지하철이며 시루떡같이 엉켜서 가지 않아도 되고 사람 없는 시간에 산책 나갈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은거 하고 하기 싫은거 안하고 아직은 너무 평화로운 날들의 연속인데

큰 문제아라도 되는것 마냥 취급하는 주위의 시선들 때문이라도 뭐라도 하나 해서 명함이라도 하나 들고 다녀야하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무직인 중년은 너무 쓰레기 취급받는것 같아요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일단 아무 직업이라도 가져야 하는건지 고민이예요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 자꾸 주위사람들하고 연락하면 지내는 것도 꺼려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