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2학년 한글을 잘 못읽어요 ㅠㅠ

오늘도 저의 고민은

제가 키우고 있는 조카에 대한 고민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저희집에 살고 있는 막냉이조카.
지금 초등학교2학년입니다.
그런데 한글을 아직 못뗐어요.

이게 왜 문제가 되냐구요?

글자 못읽고 소위 공부를 못하는 건 괜찮아요.

그럴수도 있죠.

그런데 이런 걸로 친구들에게서 지적을 받으면

심하게 화를 내게 된다는 겁니다.

1학년말이 되어서 조카를 돌보기 시작했는데,
저는 그때까지도 조카가 그런 줄 몰랐거든요.
평소에 말도 잘하고 이해력도 빠르며 똑똑한 편이라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엄마아빠가 말을 안해주니 알 수가 없었죠.

요즘 학교 들어가서도 한글을 못떼는 아이가 어디있나요?
진짜 이렇게 말하기 싫지만
대체 애 엄마는 뭘했나 싶더라구요.
물론 아빠도 마찬가지구요.
애 엄마가 뭘 해주지 않으면

제 동생인 아빠라도 좀 챙겼어야지.

정말 두사람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때부터 동생을 통해 알아보니까

1학년에 들어가서야 한글을 못읽으니
그제서야 눈높* 국어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눈높* 선생님 이야기도 들어보니

처음엔 한글을 모르기도 모르거니와

너무 산만하고 말을 안들어서 힘들었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눈높*는 안보내고 다른 곳을 갑니다.

저희 아들은 4살 말에 한글을 다 떼고 혼자 읽었어서
저는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이 한글을 뗄 때는 제가 해준 게 없었거든요.
딱 하나.

매일 열심히 책 읽어준 거.

잠자리 독서를 10권씩 하고 그랬거든요.

저는 이게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같은 책을 여러번 읽어주다보니
아이가 글자를 정확하게 몰라도
그 내용을 토씨 하나 안틀리고 똑같이 읽더라구요.
즉, 책을 통으로 외워버린 거죠.

그렇게 글자를 익히게 되었고
밖에 나가면 간판을 그렇게 읽어대더라구요.
어느날 제가 책 읽어주는 게 힘들어서
4살 중반쯤 한글 공부 좀 해볼래? 라고 했더니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한글공부를 시작했는데.. 왠걸~
공부할 것도 없이 다 아는 거예요.
그때 알았습니다.

책읽기가 스스로 한글 공부가 된다는 것을요.

저희 조카는 책을 전혀 읽어주질 않았더라구요.
집에 책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가 물려준 책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나중엔 다 버렸더라구요.
어린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가 읽어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한글도 모르는 아이에게

그냥 읽어라. 눈으로 봐라. 했던 게 전부인 거죠.
유치원에서도 7살이면 한글을 가르치니까
그렇게 하면 저절로 읽게 되는 줄 알았대요.

그리고 학교에 보냈더니 5월이 될 때까지도 못읽었고,
담임선생님과의 통화로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눈높* 국어를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10월부터 조카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하루에 책 3권이상 읽기를 하고 있어요.
그나마 더듬더듬 읽을 줄 아니까

조카가 소리내어 읽으면 옆에서 제가 봐주고
잘 모르거나 힘들어 하는 글자는 같이 읽어주면서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히고 있습니다.

아이가 한글을 모르니 문제도 이해가 안되고

이해가 안되니 풀이도 못하죠.
그렇다보니 시험을 쳐도 많이 틀리게 되고
또 조카는 주눅이 들게 되더라구요.
조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주눅이 드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됐더라구요.
게다가 ADHD 약까지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집중도 안될 거구요.
자존심은 또 세서 친구들이 글자 못읽어? 라고

아무 생각없이 질문하면
또 그렇게 화를 낸다고 합니다.
스스로 주눅들고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죠.

그나마 지금은 한글 읽기가 많이 익숙해져서
책을 읽혀보니 제법 잘 읽어나가더라구요.
아직은 많이 멀었지만

이렇게 하다보면 분명 좋아질 날이 있겠죠?
조카가 하는 게

제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니까
사실 너무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엄마의 빈자리가 클텐데

이렇게 학습적인 부분을 강요해도 되나 싶기도 하구요.

재미있게 한글 공부하고

빨리 잘 읽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