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수능, 내집 장만, 육아와 더불어 인생사천왕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저는 취업운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남들이 진로, 취업 고민을 하던 시기에
운이 맞아 떨어진건지 아주 자연스럽게 이 직업을 접하게 되었고
심지어 적성에도 잘 맞았.... 아니 맞는다고 생각했지요.
이 회사를 다니게 되었을 때도
무슨 운명의 짝이라도 만난 것마냥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했어요.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우리 회사 금쪽이만 빼면, 저는 지금도 제 일을 사랑하고
이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점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금쪽이는 회사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고
이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입니다.
천재인 것으로 유명한 것도 있지만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더 유명합니다.
오죽하면 금쪽이와 같은 급인 다른 회사 임원분이
금쪽이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게 가장 빠른 길인데도 불구하고
아래 직원에게 직접 연락을 하실 정도로요.
다른 회사 직원분이 금쪽이와 한번 일해보고는
저희들에게 "대단하세요..정말...."이라고 말하는데 참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금쪽이는 일단 일 벌리기 선수예요.
같은 일을 하는 팀원이 5명인데 단순하게 1/N으로 나눠서 계산하면
한 사람당 프로젝트를 8개씩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브 업무는 또 따로 있구요.
그리고 오늘 또 일 하나를 벌렸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그나마 팀원 5명이 모두 경력이 많은 사람들이라 꾸역꾸역 일이 돌아가기는 하는데
문제는 금쪽이의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사회성이 정말 어마무시하게 부족한 사람이고
혼자 금쪽이별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처럼 말해요.
금쪽이가 메시지라도 보내면
무조건 나오는 말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입니다.
그리고 남의 말도 전혀 안 듣습니다.
A프로젝트에 대해서 금쪽이님의 의견을 구하는데
자기 혼자 F프로젝트 얘기를 합니다.
내부든 외부든 상관없이 금쪽이를 데리고 회의를 하게 되면
금쪽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머리에는 물음표가 백개씩 떠있지요.
회사 사람들 모두 금쪽이와 접촉하는걸 싫어해서
직접 연락해야 할 일도 모두 저희에게 전달해달라고 하기 때문에
업무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구요.
그리고 왕J 성향인 저를 가장 미치게 만드는 것은
"지금, 당장, 바로 해주세요"입니다.
한개만 당장 해달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요.
전혀 다른 일인데
이 일도 지금 당장,
저 일도 지금 당장,
그 일도 지금 당장 해주세요. 라고 합니다.
금쪽이 덕분에 저는 입과 머리와 손이 따로 노는 스킬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안하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말해서 단거리 달리기선수처럼 일을 해서 가져가잖아요?
금쪽이 집에 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오늘도 당했잖아요....하하하하하하ㅠㅠㅠㅠ
정말 밥 벌어먹고 살기 너무 힘듭니다.
매일 매일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아서
솔직히 얼마 전에는 밤새 통곡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극심한 우울감과 자기 혐오에 시달렸어요.
문제는 금쪽이인데, 화살을 금쪽이가 아닌 저에게로 돌린 것이지요.
저는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직을 하기에는 금쪽이는 저에게 넘어야 할 너무도 큰 산이네요.
학생 때 실습을 나올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누군가가 저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무조건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참 오랜 시간을 달려왔네요.
참 좋은 일이고 멋진 일인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나 큽니다.
이 일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이 일이 끔찍하게 느껴져요.
매 순간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하루하루가 참 버겁습니다.
작성자 그루잠
신고글 우리 회사에는 금쪽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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