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유명한 영상이 있지요
스포츠경기를 보는 두 중년남성의 모습인데
한분은 무기력하고 경기에 별 관심도 없지만
한분은 활기차고 경기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수다스럽고 밝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 그 밝던 남성분은 자리에 없습니다
우울증으로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하고 떠나신거죠
우울증이라고 해서 다 우울한 모습을 보이는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 영상을 보고나니 혼자 계신 엄마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 어머니는 알콜중독인 남편을 잘못 만나
평생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그와중에 생계를 위해 고된 노동까지 감수하신
그래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고 사신 분입니다.
오로지 자식을 위해서 그 힘든 순간들을 견디셨고
자식들이 모두 결혼하고 10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으셨지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서글프게 우시던 어머니 모습이 자주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슬퍼서가 아니라
그 동안의 자신의 박복한 인생이 너무 서글퍼서 흘리신 눈물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훨씬 편안해보였습니다.
몸도 더 건강해지시고 인상도 더 좋아지셨지요
그렇게 마음의 병도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 영상을 보고 나니 문득
엄마도 우울함을 숨기고 계신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십년을 그렇게 고되게 사셨는데
우울증이 없다는게 이상할 정도인데
아버지가 안계시다는 것 만으로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었을까요?
엄마를 뵈러가면 엄마는 항상 밝게 웃고 계시지만
전화를 드려도 언제나 반가운 목소리지만
생각해보니 엄마는 뭐가 먹고싶다던지
어디 가보고싶다, 뭔가 해보고싶다는 말을 하신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자식들이 모시고 가지 않으면 따로 여행을 다니시는 일도 없고
친구들과 여행은 커녕 만나서 밥 먹는 일도 거의 없으세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시다며 칠순이 다되어가는 나이에도 일을 하시는데
혼자 아침을 챙겨먹고 일하고 퇴근 후 혼자 저녁을 먹고
그렇게 매일 같은 루틴의 나날을 보내십니다
쉬는 날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다며 자주 나가긴 하시는데
누굴 만나진 않고 혼자 동네를 산책하시는걸 좋아하세요
그저 엄마의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나가서 일도 하시니 오히려 또래보다 훨씬 활동적으로 사신다 생각했고
쉬는날 나가시는 것도 좋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집안에 혼자 있는게 마음이 힘드셨던건 아닌지
제가 생각이 짧았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만 움직일뿐 엄마의 마음은 과거 어딘가에 머물러
여전히 우울하신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 우울감을 떨치기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계신건 아닌지..
요즘 사람들은 우울증에 대해 잘 알고
병원에 가서 치료도 적극적으로 받으려 하지만
어르신들은 우을증은 병이라기보다 그냥 기분이라 생각하시고
병원에 가야한다는 자각을 못하시니 더 걱정이 됩니다
엄마에게 넌지시 말씀을 드려볼까요
괜히 엄마 맘만 불편하게 불안하게 만드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자주 찾아뵐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거리가 멀어 쉽지도 않고
식사라도 잘 챙기시라고 이거저거 자주 보내드리긴 하는데
다행히 식사는 정말 잘 챙기시는 것 같아요 워낙 부지런하신 분이라..
그래도 어디 아파도 아프다 말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마음이 편치 않네요
작성자 익명
신고글 혼자계신 엄마 우울증이 오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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