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이러면 이런가보다
저러면 저런가보다 하는 사람입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와~ 기쁘다! 하고 끝.
힘든 일이 있어도 힘드네. 이겨낼 수 있겠지? 하고 끝.
그냥 세상 사는 게 다 그렇고
힘들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고
다 그렇게 지나간다 생각하는 거죠.
기쁜 일이라면 같이 나눌 수도 있는 거고
같이 있는 사람의 기분까지 좋아질 수 있으니
당연히 같이 누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힘든 일은 그렇지 않잖아요.
해결하기 위해서 얼른 정신 차리고 해결책을 생각하고
지금의 상황을 계속 생각하며 빠져들어봤자 소용없으니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까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그렇지가 않네요.
남편은 엄청나게 감정적인 사람이예요.
이걸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느낀다고? 할 정도로
모든 일에 감정을 쏟아붓는 사람입니다.
특히 기쁜 일보다는 힘든 일에 더 그렇더라구요.
10년 넘게 살아보니 자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더라구요.
저는 옆에서 으쌰으쌰해주는 거 힘들어요.
왜냐하면 정도껏 해야 말이죠.
그리고 힘들거나 안좋은 감정이라도
스스로 느끼고 이해하며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누구를 만날 때마다
자기의 그 우울감을 이야기 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사람이예요.
저한테도 한번 이야기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해서
정말 나중에는 너무 한 거 아냐? 할 정도예요.
그렇지만 티를 내면 더 우울하고 힘들까봐 위로해줍니다.
그런데 그렇게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게
저로서는 엄청나게 벅찹니다.
저에게 이야기를 하고나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어야 하잖아요?
또는 지금 이러저러해서 힘들었다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러면 이렇게 해서 나아가도록 하자~
하고 상황을 나름대로 해결했잖아요?
그래서 다음날 일어났을 때 이제 좀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얼굴을 마주하면
역시나 죽을 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리둥절하죠.
처음엔 진짜 당황했어요.
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하구요.
물어보면 여전히 어제 있었던 그 일을 가지고 죽을 상을 하고 있어요.
힘을 내기로 하자. 또는 해결책을 마련했는데도
그 감정에 다시 빠져들어서 아주 우울해합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몇날 몇일을 거기서 못헤어나오는 남편.
문제는 이제 저도 그렇다는 겁니다.
우울증은 쉽게 전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같이 사는 사람이 우울감에 젖어있는데,
저 혼자 힘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저 혼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기란 힘든 일이잖아요.
저는 진짜 자아가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세월이 흐를수록 남편의 우울감에 정복당하는 느낌.
같이 어두워지는 느낌이라 기분이 나쁩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별 거 아닌 일이고
그냥 지나가면 다 되는 일이며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냥그냥 보냈으면 하는데..
진짜 이해할 수가 없는 남편.
그리고 저까지 같이 우울감에 젖어드는 상황.
어떻게 해결할까요?
작성자 익명
신고글 우울증은 점염되는 건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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