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딱 한번 공황으로 추정되는 발작을 겪은 적이 있어요.
어릴 때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준비하던 유학이 좌절되었던 시기였죠.
유학을 갈 수 없게 되었고 더는 이 길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날
한참을 펑펑 울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면서 사방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들이 비오듯이 쏟아지고
온몸을 떨고 숨을 쉬지 못해서 컥컥대니까
옆에 있던 엄마가 놀라서 제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던게 생각이 납니다.
그게 저의 첫 공황발작이었을거예요.
지금이라면 당연히 정신과를 가보았겠지만
그때는 공황발작이라는 단어 자체를 들어본 적도 없는 시절이라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첫번째 발작이 지나가고 난 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저는 별 일 없이 잘 지냈거든요.
하지만 이후로도 몇 번 비슷한 증상을 겪은 적이 있어요.
좋아하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좌절감이
생각보다 제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아픈 것보다 부모님이 놀라실 것이 걱정되어
딱 한번 발작 증상을 들킨 뒤로는 한번도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이 없네요.
제가 좋아하던 일을 계속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저는 다른 일을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이 많이 힘들다보니 동료들 중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더라구요.
저와 같은 부서에 있던 분도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병가를 내셨어요.
부서 업무가 힘들다보니 다시 돌아오지 말고
다른 부서로 가시거나 이직을 하시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저희 부서가 워낙 악명이 높다보니 대체자를 구할 수가 없어서
결국 다시 돌아오셨죠.
하지만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셨구요.
다른 분도 1년 전쯤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하셨대요.
남몰래 약을 드시고 계셨던 것 같은데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계시는걸 제가 우연히 보고 말았어요.
이 분들 말고도 아마 조용히 약을 드시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 서로 예민해지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는 일도 생기는데
그걸 해소할만한 시간이 없거든요.
상처가 쌓이고 쌓이다보니
누구는 공황으로, 누구는 우울증으로, 그렇게 병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저도 한때 증상을 겪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 분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돈 벌어서 잘먹고 잘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구요.
힘든 현생을 살고 있지만 우리 모두 너무 몸과 마음 상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익명
신고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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