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조울증을 경험했어요.
뭐, 사춘기 때의 롤러코스터 같은 그런 감정변화였던거 아냐?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어려웠던 살림, 엄마까지 생업전선에 뛰어드셔서
삼남매를 어렵게 키우시고 계셨기에, 가장 맏이였던 저는 사춘기로 반항하거나 하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그저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아이였어야했습니다.
돈을 벌어다 주시기는 하시지만, 배우지도 못하셨고, 아프시면 쉬셔야했고,
남들에게만 잘 보이고 싶으시고 인정 받고 싶으셔서 남이 부탁하면
일도 안하시고 남의 일 도우시느라 정신없으셨던.. .그런 아빠..
그래서 엄마께서 돈도 버셔야했고, 삼남매 학업도 신경쓰셔야했고,
정말 고생하는 엄마께 제가 도움이 될 방법은 그저 모범생인 모습이었지요...
고등학교 때가 사춘기였을거에요..
비만 오면 쉬는 시간에 나가 하염없이 웃어가며 비를 맞고 들어오기도 하고,
친구들과 하하호호 기분이 업되어 웃다가도, 갑작스럽게 눈물 뚝뚝 떨어뜨리며
하염없이 원인 모르게 기분이 우울해져서 책사엥 고개 파묻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모범생이어야하니까.. 수업만큼은 악착같이 열심히 들었네요..
물론 집중이 안되고 자꾸 안드로메다로 가는 상상력으로 별의 별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그걸로 혼자 소설을 쓰기도 하고...
단순 감정기복만 심한게 아니라 여러 형태로 볼 때 조울증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울증.. 양극성 장애라고도 불리는 조울증...
조울증은 아래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고 합니다.
1. 갑작스럽게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기분 변동이 있어요.
2.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3. 에너지 부족으로 일상생활에서의 활동성이 감소하는 변화가 있어요.
4. 불면증, 체중변화, 식욕 부진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납니다.
5.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조울증은 원인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네요..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수도 있고 환경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고,
또 뇌활동의 변화 등이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아무래도 사춘기 때의 스트레스가.. 저에게는 가장 큰 원인이었겠죠...
"우울증과 다르지만 구분 쉽지 않아…"적절한 치료시 호전"= 조울증은 우울증을 앓는 기간이 길고 정도가 약한 조증이 짧은 기간 동반돼 우울증과 구분이 쉽지 않다. 조 교수는 "조울증과 우울증은 생물학적인 기전이 달라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초기 진단시 조울증을 우울증으로 진단해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자칫 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의 알코올 남용이나 약물 남용, 성적 문란에 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하며, 자해나 난폭한 행동 등으로 환자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저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넌 가을만 되면 더 조울증이 심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그러냐고...
저도 몰랐던 사실에 놀랬었거든요...
대학교 때는 그래도 학업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엄마께서 정말 너무도 계획적으로 집안을 일으켜세우셔서,
살만해지는 정도가 되어서인지... 제가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물론 실연의 아픔을 겪거나 하는 일은 있었어도,
평탄(?)하게 잘 살았던 것 같은데.....
그럼 지금 저는... 왜 또 조울증인 것 같을까요?
그냥 우울증인가 했는데... 위의 기사를 보고 내가 조울증의 우울증일 수 있구나 싶었어요.
7-8년전부터 산후 우울증으로 시작한 것 같지만,
회사에서는 한없이 밝고 명량하고 의지가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 것 보면...
우울증만은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저는 인정받는게 좋고 인정받고 업무를 끌어가는 것에서도
자존감이 높아져서 정말 배속에 아이가 있음에도 출장다니고, 야근하고
회사에서도 뒤쳐지는게 싫어서 제 분야에서는 어찌되었든 계속 인정받길 바라기 때문에,
최대한 에너지를 쏟아 업무를 했어요.
그러던 제가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을 하고, 그랬다는 이유로
진급에서 밀리고, 뭔가 자꾸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 같고..
그런데 아이들을 키워내야하는 일도 주어지고, 더 신경쓸게 많아지고...
아마도 그런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아요...
쌓이고 쌓이더니... 회사에서는 사람들하고 정말 세상 행복한 사람처럼 웃으며 대화하고
이야기도 잘하고 그러면서, 막상 집에 가면 급 우울해지고
아직 어리고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생활하가도
뭔가 아이들이 말을 안들으면 급 화가나고 속상하기 시작해서...
머리로는 멈추라고 하지만 질주하듯이 뭔가 머리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몰아닥치며
아이들에게 하지 않아야 할 말까지 미친듯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람을 무지 좋아하고 쉼없이 이야기 하고 대화를 쏟는 사람인데,
또 갑자기 사람들하고 부딪히기도 싫고 그냥 조용히 있고 싶고..
아이들에게도 엄마 어디로 떠나고 싶다며, 혼자 놔두라고 소리지르고...
솔직히.. 어제 저녁에도...
커뮤니티들 소통왕하겠다고 아이들 보고 숙제하고 숙제 다 하면
어제 아이들이 하기로 되어 있던 30분의 자유시간을 주기로 했는데,
둘째가 숙제 못하겠다, 어렵다, 짜증내고 안하고 책보며 놀다가
시간 다되어 간다니 또 마구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봐달라하고...
어제 정말 퇴근하고 정신없었습니다.
애들 아파서 병원은 가야했었고,
신랑은 없어서 혼자 애둘을 케어해야했고..
그래도 웃으며 엄마랑 얼른얼른 잘 하자 다독이고 그러고 있었는데,
울컥! 폭발했어요...
마구 소리지르고, 짜증이 나고, 왜 나만 이리 힘든데 라는 생각이 급 몰아치면서
숨을 쉬기 힘들고 뭔가 제어가 안되는 상태...
그래서 미친듯이 방으로 혼자 피하겠다고 피했는데....
아이들은 세상 전부인 엄마가 자기들 옆을 떠나니...
울며불며 엄마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고,
특히나 첫째는 둘째에게 사정하며 숙제 하자고, 봐줄테니 하자고 애원하고
저에게는 엄마 잘못했다며 울면서 무릎을 꿇고...
그런데도.. 저는 나도 살아야해. 나는 내가 중요해.
엄마가 살아야 너네도 좋은거잖아 하면서 마구 말을 미친듯이 쏟아내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또 우는 아이들을 보니...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겨우 정신차리고,
다시 애써 마음을 다 잡고 둘째 숙제를 봐주고, 아이들을 다독였는데..
이미 아이들은 상처를 입었을거잖아요?... ㅠㅠ
저는...잠을 자는 시간이 제일 아까운 사람이에요.
새벽에 일어나 뭐를 하던 생산적인 일을 해야했고,
그게 운동이 되었다가도, 요즘에는 몇푼이라도 벌겠다고 자정 넘어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핸드폰을 붙잡고 앱테크를 미친듯이 합니다.
예전에는 업무에 집중도 잘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자꾸 뭔가 집중이 흐트러지고,
한번 뭔가 생각에 빠지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말도 안되는 최고의 경우를 생각하며 웃고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지금 제가 정상이 아니에요...
특히 어제는...
아이들에게 잘하자고 마음 먹은게 얼마전인데...
정말... 뭔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가? 나 아이들에게 왜 이러지? 싶었어요....
그러다가도 잠들 아이들을 보면 또 미안한 감정이 몰아닥치고,
그리고 그나마도 아이들이 착한 편이라 다행이햐 하면서 아이들이 한없이 이쁘고..
좋은 내 자신이 되고 싶어요...
나를 버리고 싶지 않아요.....
엄마, 딸, 아내 보다 나는 나로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이기적일까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미친년처럼 히스테리 부리고 막 난동 부리는 엄마가 아니라요...
지금.. 제가 조울증인가요?
지금 저는.. 그저 스트레스만 풀어서 해결할 수 없고..
어쩌면.. 약물치료까지 해야하는 단계일까요?
저 어떻게 해야하죠???
작성자 익명
신고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조울증으로 미친 엄마이고 싶지 않아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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