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열정적으로 살던 사람입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야근을 밥먹듯 하는 와중에도 자기계발을 틈틈이 하여 국내외 이름 있는 자격증들 수집했고, 친구들도 주기적으로 만나고, 일년에 한번은 꼭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도 남들 잘 가는 곳은 가지도 않고 사람들이 잘 가지 않아 자연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으로 많이 갔죠.
아이슬란드에 한번 다녀온 뒤로는 아이슬란드만 주구장창 갔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도 유명한 링로드는 처음만 가고 주로 길도 잘 안닦여 차로 강을 건너며 다녀야 하는 내륙쪽으로 목숨건 여행을 많이 했죠.
믿을 수 없는 자연 경관을 담고 싶어 사진도 배워 진짜 열심히 찍으며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어쩌다 고속 승진을 하며 책임이 커지고 코로나를 기점으로 여행도 못가고 친구와 가족도 못만나고 오로지 일에만 전념하다보니 말로만 듣던 번아웃이 크게 온 것 같습니다.
굳이 내가 나서서 할 필요가 없었는데 우연히 검토하다 문제점을 발견해 수정한 일이 있은뒤 어쩌다보니 내 부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부서가 계약체결 전 저의 검토를 거쳐야 계약을 진행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집에 와도 연락이 끊이질 않았죠.
자면서도 꿈을 꿨습니다. 내가 검토하지 않아 계약을 못하는 서류가 쌓여있는 꿈 따위를..
눈만 마주치면 묻거나 도와달라는 사람들과만 만나는 생활을 하다보니 사람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고 잠을 못자니 건강도 안좋아지는 것 같아 결국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반려를 당했지만 나가는걸 막을 수는 없죠.
한달 안에 후임 뽑아달라고 재차 통보하고 결국 퇴사했습니다.
연봉을 더 올려준대도 싫더라구요.
그렇게 퇴사하고 코로나도 점차 약해지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 대해서도 느낀바가 생겼습니다.
나는 늘 돈을 내는 입장이더군요.
내가 더 버니 더 낸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니 돈을 벌기 전 대학시절, 취업전 백수시절도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퇴사를 해도 습관이 되어 모두 계산할때만 되면 쭈뼛대며 내 눈치를 보더군요.
N빵 하자는 말을 어렵게 꺼냈을때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동안 뭘 위해 돈을 펑펑 쓰고 산건가? 싶어 더는 연락을 안했습니다. 제가 더이상 돈을 안쓰자 상대도 연락을 안하더군요 ㅋㅋ
단 두명만 남기고 모두와 연락을 끊었습니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치다보니 다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행을 가나 안가나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있을까? 싶은 무용론적인 생각만 들더라구요.
학벌, 자격증 내세워봐야 일만 더 시키고 기대만 높다는 생각이 들어 과거가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뒤에야 주변 친척들의 삶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명문대 나와서도 계속 달리려고 아등바등하는 사촌보다 평범한 학교 나와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사는 사촌이 더 행복해보이더군요.
여기저기 아픈 것도 전자들이 더 했습니다.
물론 너무 일반화시킨다고 할 수 있지만 쉬면서 주변을 돌아볼때마다 그런 생각이 더 크게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좋은학교 좋은회사 성공만을 꿈꾸며 좌절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싶죠.
전보다 급여가 적어도 마음 편해 보이는 회사에 재취업하고 어쩌다보니 또 본의 아니게 인티제 본성 못버려서 나대다가 전처럼 책임자가 되어버리게 되었지만 전처럼 열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꿈이라는것 자체가 없이 그냥 하루하루 사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번 MBTI 이벤트에서 인정받을때 행복을 느낀다는 분들 보면 예전 제 이야기 같아 서글프네요.
지금은 그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제가 되어 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활력은 좀 없어도 바라는게 없으니 마음은 지금이 더 편한지도요..
여전히 제가 뭔가 더 올라서서 자랑거리가 되길 바라시는 부모님께만 죄송할 따름입니다.
작성자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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