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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인 나, 잠시 멈춰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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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부터 가만히 있는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역마살이 낀건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여러가지 일을 해보고
또 경험을 쌓아가고 지식을 늘려가는 그런걸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한 곳에서만 오래 일하는 성격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무슨 직업을 해야할지 고민하다 
서비스직을 택하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흥미를 강하게 보였기 때문에 
서비스직을 하면 고객님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불특정 다수의 고객층을 응대하는 것이란 정말 행복한 일이라 생각을 했었다.
 
 
한 3년 조금 지난 것 같다. 번아웃이 나에게 찾아온 것은.
그렇게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거라 자부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당할 수 없는 기분이 몸을 휘어감기 시작했다.
 
 
해결보단 고객분들께 공감해주며 응대를 해야하는 직업인데
공감능력이 없는 나에겐 공감 이라는 단어가 왜이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는지 
가식을 싫어하는 나는 윗 상사분들께도 살랑살랑 웃으며 
농담하며 그렇게 장난치는 성격이 되질 못했다.
 
 
결국 고객님들께는 이 직원 왜이러냐며 손님이 왕인데 여긴 직원이 왕이냐는 소리를 들었고 
윗 사람한테는 매번 듣기 싫은 소리만 들어내며 하루를 견뎌야 했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살다보니 사람이란 동물이 참 신기한게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런 상황에서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고 
결국 난 스스로 로봇을 자청하게 되었다. 
 
 
사람한테 이리저리 치이다보니 감정이 사라지게 되었다.
처음엔 직장에서 안좋은 소리를 들으면 심장 쿵쾅거리는 느낌과 
억울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흐르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난 감정이 없는 로봇인데 
난 앞으로도 쭉 웃어야만 하는 로봇인데 
여기서 화내면 로봇은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쓸모 없는 존재일 뿐
그렇게 되는 날 난 그만둬야한다 
잠시 멈춰가야되는거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차게 되었다.
 
 
그렇게 기계처럼 일하고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며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을 했다.
 
오늘도 하루가 별탈 없이 지나갔고 
난 오늘도 잘 살아냈고
내일도 똑같이 멈추지 말고 작동하면 된다는 그런 생각.
 
 
이렇게 억지로 살아가다보니 어느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생계를 위해 잘 참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한계가 온 것 같다.
한계가 왔다는게 온 몸으로 느껴지고 있다.
 
 
이젠 전화벨소리만 들어도 숨이 조여온다.
고객님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내 감정이 조절이 되지 않는다.
 
 
 
출근 바로 전 날에도 활동적이었던 나는 다음 날 출근이란 생각에 우울해져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게 되었다.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났던 나는 점점 일어나는 시간이 늦춰지게 되었다.
 
 
뭐든 해결해서 처리하는걸 좋아했던 나는 일이 주어지면 무기력해지고 하기가 싫어졌다.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던 나는 이젠 관심도 없고 그만 멈추고 싶다.
 
 
오차 없는걸 좋아했던 나는 점점 실수 투성이가 되었다.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던 나는 소극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대화하는걸 즐겼던 나는 퇴근하면 아무랑도 대화하지 않게 되었다.
 
 
청소를 좋아했던 나는 집이 돼지우릿간이 되어가게 방치하고 있었다.
 
 
퇴근하고 친구들과 술 한잔 했었던 나는 잠수를 타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걷는 걸 좋아했던 나는 이제 땅이 꺼질듯한 느낌 때문에 걷는게 힘들어지고 있다. 
 
 
날씬했던 나는 폭식과 음주 흡연에 의존하며 점점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친구들도 이렇게 변해버린 날 이제 더이상 찾지 않는다.
내가 먼저 웃으면서 연락하지 않는 이상 나에게 더이상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퇴근하고 집에가면 기쁜 웃음이 나야 하는데 
한숨 섞인 웃음만 흘러나오는 날 발견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력해지는 것
 

 
번아웃 테스트를 해보았다.
3개 이상 해당되면 번아웃이라고 하는데
나는 해당 되지 않는게 2개다.
 
나는 여전히 번아웃증후군을 겪고 있다.
 
 
 
3년 조금 넘게 겪어오고 있는 번아웃 증후군을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멀리 돌아온걸까?
 
 
여기서 도망치면 난 영영 스스로의 싸움에서 지는 것일까?
 
 
내 자신이 더 사라져서 타버리기 전에 잠시 멈춰야 하는걸까?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려면 난 어떻게 해야 될까?
 
 
정말 잠시 멈추면 잃어버린 내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긴 한걸까
 
 
오늘도 번아웃증후군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하루하루 지쳐가는 내 자신을 다시 되찾고 싶다.
난 어떻게 해야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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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우니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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