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증후군이라고요? 저도 처음에 그렇게 되물었습니다.
번아웃(burnout), 증후군(症候群), 용어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사전에 따르면, 번아웃이란, 어떤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라고 합니다. 과도한 훈련에 의하거나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여 심리적ㆍ생리적으로 지친 상태라고요.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라는 말도 덧붙여 있네요.
이와 함께 번아웃 증후군이란 말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 등에 빠지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로 생각한다면 정도나 수준에서 차이가 나겠지만, 정확히 가늠하지는 못하겠지만 맞는 것 같습니다.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그런 순간 말입니다.
말로만 들었던 귀로만 접했던 그런 순간을 저도 경험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온 힘을 쏟아부어 열심히 해 나가던 일이 어그러진 뒤의 일이었습니다.
앞이 캄캄한 느낌, 몸이 아래로 더 아래로 푹푹 꺼지고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기도 싫은 마음에 몸과 마음은 더욱더 늘어집니다. 무엇을 해도 안 될 것이고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으니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누워서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러다 잠이 듭니다. 중간에 깼다가도 다시 눈을 감습니다. 잠 속에서 꿈만 꾸고 싶었습니다. 아니, 모든 것이 꿈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몇 날 며칠 잠만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모든 것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이 해결해 준 듯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창 바쁘게 진행하던 일이 갑자기 끝나고 더 이상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다시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그때의 그 무기력하고 우울하던 시간 속으로 빠져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겪고 싶지도 털어놓고 싶지도 않은 번아웃 증후군입니다...
그 용어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땅속으로 꺼지는 느낌입니다.
괜찮을 겁니다. 날씨 탓입니다.
아마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러는 걸 거예요. 괜찮을 거예요. 정말 괜찮겠지요...?
작성자 수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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