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욕하는 사람을 혐오합니다.
가벼운 욕부터 신랄하게 퍼붓는 욕까지 이 세상의 모든 욕을 저주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도 화가 치밀면 욕은 합니다.
너무 화가 치밀땐 방에서 혼자 속으로 욕을 하죠.
평생 세상살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귀로 들은 욕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못하겠어요.
게다가 남편은 성향이 강하다보니
야구나 축구를 볼 때도 욕을 좀 섞어서 응원하기도 하고
화가 많이 나면 욕을 내뱉는 지라
부부싸움시 언어폭행으로 결혼생활동안 종종 힘들었어요.
남편의 욕설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더라구요.
그러던 제가 3주전엔가 남편한테 대놓고 욕을 했어요.
17다음 숫자요....
별것도 아닌 문제였는데 그날따라 남편의 말에 너무 화가 나는거에요.
정말 어떤 걸로 화가 났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갑자기 화가 치밀면서 폭발을 햇어요.
제가 분노조절장애를 겪을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남편도 저의 반응에 놀랐는지 싸움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어요.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치밀었던 분노는 사그라들었고.
그리고 남는건 저 자신에 대한 혐오와 부끄러움이었어요.
갱년기 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나 화를 내고
살아오면서 그렇게나 혐오하던 욕을
제가 입밖으로 크게 내뱉다니요.
며칠뒤 주말에 남편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를 했습니다.
당신의 말투로 평생 힘들었는데 당신을 질타하면서
내가 욕을 한 건 정말 잘못한 거였다고.
욕도 한번 시작하면 습관되는데 다신 안하겟다고.
남편이 욕을 안하는것도 아닌데 내가 한번 욕했다고 사과를 하려니
자존심은 상했지만 그렇게 입밖으로 내뱉어 사과를 해야
또다시 제가 같은 실수를 안할듯 싶었어요.
남편도 같이 반성하면서 앞으로 이쁘게 말하 노력하자고 둘이 다짐햇어요.
불같던 성격의 남편도 나이가 들면서 말투며 성격이 많이 점잖아졌어요.
남편은 나이들면서 많이 누그러지는데
반면에 저는 갱년기라는 핑계를 틈타 걸걸해지면서 입도 험해지려 하네요.
나이가 드니 평소 화가 치미는 경우도 잦아진 것같은데 그 대상은 항상 남편입니다.
나이가 드니 제일 만만해지나봐요.
자식도 머리가 크니 어려워지더라구요.
둘이 토닥토닥해주며 살아가야하는데 남편성질이 죽어가니
이제 숨겨왔던 제 성질이 고개를 내밀고 있나봅니다.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는걸까요 ㅎㅎㅎ
화가 치밀때 거울을 보라 하더라구요.
화를 낼 때 찌그러지는 미간과 붉으락푸르락해진 미운 모습을 직접 보고
상대방에게 보일 내 모습이 어떤지를 자각한다면 계속 화내는 모습을 지속하긴 어려울듯 해요.
또 이건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인데요. 숨을 아주 깊이 들이키고 천천히 내뱉는걸 서너번 반복하면
화가 좀 누그러드는걸 느끼게 되죠.
분노가 치밀때 그대로 다 쏟아낸 후에 후회한 적이 많아요.
성격이 급해 오해를 해서 화를 냈다가 쏟아냈던 말들을 주어담지도 못하기도 하죠.
나이들수록 화를 입밖으로 내뱉거나 나의 감정을 주변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노력을 해야함을 자주 느낍니다.
나이를 먹는건 세상 쉬운 일인데
제대로 나이를 먹는건 너무나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작성자 익명
신고글 나이가 드니 분노조절이 힘들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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