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부터 불안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공부도 곧잘 하고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라 칭찬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런 칭찬이 뿌듯하기도 했지만 은근히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시험을 볼 때나 무엇인가를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유난히 긴장도 많이 하고 늘 두통과 복통을 달고 살았어요.
시험 직전에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었고 구토를 한 적도 있었고
숨쉬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어요.
불안해지면 손톱부터 입으로 가져가는 습관 때문에
저의 손톱은 예나 지금이나 늘 엉망입니다.
지금은 아이들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고
사회적인 인식도 많이 바뀌었지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마음이 아프면 상담을 받는게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제가 어릴 때는 전혀 그렇지가 못했거든요
정신과를 간다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만일 내가 어릴 때 상담을 꾸준히 받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더 편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주변 어른들은 그저 내가 너무 예민하고 유별나기 때문에
별 것도 아닌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한다고 했어요.
내가 늘 불안한 것은 전부 나의 탓이라고.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저의 불안을 드러내기가 어려웠어요.
누군가가 나의 불안을 알게 된다면 나는 또 예민하고 유별난 사람이 될테니까요.
그래서 누군가가 나의 불안을 알게 될까봐
치밀어 오르는 불안을 누르기에 바빴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불안이라는 놈은 숨겨도 숨겨도 숨겨지지가 않더라구요.
오히려 힘이 더 강해지는 것만 같았어요.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불안은 저의 뒤를 쫓아다닙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매일 출근할 때마다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껴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도 방향을 잡지 못해서
컴퓨터 앞에서 손톱만 물어뜯는 날도 많구요.
가슴이 답답해지고 가만히 앉아있지도, 서 있지도,
그렇다고 누워있지도 못하겠는 날들도 많아요.
일도 완벽하게 해야 할 것 같고 가정생활도 완벽하게 해야 할 것 같고.
뭐든 다 잘해고 싶고 잘 해내야 할 것 같은데
작은 실패라도 하게될까봐 그게 너무 두렵고 불안합니다.
오히려 이런 불안 때문에 할 일이 많은데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일상의 모든 것에 대한 불안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저는 늘 머리가 아프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
두통약과 신경안정제를 꼭 챙겨둡니다.
처음 정신과에 방문했을 때 주치의 선생님은
제가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나는 지쳤고 이 상황이 버거운데
버겁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구가 오히려 나를 짓누르고 있고
내가 생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는 악순환이
불안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불필요한 것들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주 되뇌어 보곤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과
회피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사이에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가구요.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을 자주 기억하고 주문처럼 외워보지만
사실 저는 아직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불안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요?
작성자 익명
신고글 다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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