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포증 하나 없는 사람은 없겠죠?
공포증이라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을 늘 크게 생각하여
두려워하고 고민하며 불안을 느끼고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는 병적 증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남들이 보기에 큰 일이 아닌데도
큰 일이라 느끼며 공포스럽게 생각하는 거겠죠.
단순히 특정 대상을 꺼리거나 싫어하는 단계가 아닌
그런 현상이나 대상과 마주하게 되었을 대
신체적인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새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실제 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생명의 위협에 준하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제게 있어서 새가 그런 존재입니다.
처음에는 닭으로 시작했어요.
원래 닭을 무서워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제가 겪은 경험 이후 더 무서워하고 공포의 대상이 된 것 같아요.
이전에도 병아리 같은 것도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봐도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좀 징그럽고 부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중하교 때 학원 다녀오는 길에
골목에서 닭을 마주치고부터 공포증이 생긴 것 같아요.
골목에 닭을 키우는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앞을 지나가야 집으로 올 수 있었어요.
닭이 대문 안에 있으니까 당연히 그냥 지나가면 별 일이 없죠.
그 날은 늘 지나다니던 그 길에 닭이 나와 있는 거예요.
1대1로 마주했는데 눈이 마주친다고 느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그 닭이 저를 공격할 것 같은 예감이 들더라구요.
닭도 제가 무서워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저를 보고도 피하기는 커녕 우습게 여긴다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멈칫하자 저를 향해 달려오는데
그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왔던 길을 되돌아서 도망쳤어요.
지금 닭이라는 글자를 쓰는 것만으로도 너무 징그럽고
그 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하는 것도 괴롭네요.
외국에서는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했다고 하죠.
영화에서 보면 사람 죽은 걸 먹고 눈알을 파먹고
그런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것처럼 저는 닭으로 시작해서 모든 새들이, 조류가
저를 공격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 뾰족한 부리도 너무 무섭고요.
징그러운 눈도 너무너무 혐오스러워요.
요즘엔 특히 비둘기가 너무 많잖아요.
성인이 되어 출근하려는데 버스정류장에 비둘기가 있었어요.
딱 한마리였는데 저는 거기서 버스를 타야했거든요.
저는 비둘기를 마주하면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서 길을 지나가거든요.
그런데 그때 사람이 한명도 없었어요.
정류장에 갈 수는 없고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오길래
걔한테 비둘기를 쫓아내달라고 부탁했어요.
다만 내쪽으로 날아오지 않게 해달라고..
뭘 던져서 비둘기를 쫓아보내지 그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날아서 어디로 갈 지 모른다는 그 두려움이 너무 커요.
날렸는데 저에게 날아오면 어떻게 하죠?
그래서 날려보내지도 못해요.
다행히 그 초등학생이 저를 도와주었고
참 희한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갔어요.
지난주에는 해운대에 아들 친구들과 엄마들과 여행을 갔는데,
바닷가에 비둘기가 어쩜 그리도 많은지..
엄마들 틈에 숨어서 요리조리 피해다녔는데,
자리잡고 앉은 곳으로 비둘기가 걸어오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러서 그 많은 주변사람들이 다 쳐다봤구요.
저는 도망다니느라 정신을 못차렸죠.
같이 간 엄마들은 비둘기 쫓아내주느라 정신 없었구요 ㅠㅠ
공포증이라는 게 학습되는 것도 있어서
아들이 원래는 새를 겁내지 않았는데
저를 보고는 점차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도 둘이 같이 가다가 비둘기를 보면
둘이서 같이 소리를 지르며 혼비백산을 합니다.
주변에서는 덩치큰 아이와 아줌마가 소리를 질러대고 도망치니까
다들 쳐다보기 바쁘구요.
너무 부끄럽습니다 ㅠㅠㅠㅠ
부끄러움도 부끄러움이지만
그 공포를 겪어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요.
나중에 비둘기의 배설물이 시설이나 길거리를 뒤덮어서
감염증이라도 생기게 되면 어떡하죠?
비둘기가 이상한 약물이나 성분을 섭취하게 되어서
개체도 더 번식하고 힘도 강해지면 어떡하죠?
진짜 이상한 상상도 다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공포의 대상으로 느끼는 저에게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상상도 잘 안하는 사람인데도요.
저의 조류공포증은
꼭 밖에 있는 새가 아니더라
새장 안에 있거나 동물원 안에 있는 새라도
너무 무서워서 거기를 지나가지를 못해요.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요.
동물원 가도 새 구경은 없습니다.
남들이 작고 귀엽다고 느끼는 병아리, 참새 같은 새들도
모두 공포의 대상이구요.
진짜 세상의 새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ㅠㅠㅠㅠ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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