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계획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때 엄청난 분노를 느낍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미션을 내리고 결과를 심판하는 것처럼 살아왔습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은 인정욕구 때문인듯 합니다.
어린시절 저는 집에 늘 혼자 있어 관심 받고 싶고 칭찬 받고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뭔가를 하고는 밤늦게 퇴근하신 엄마에게 나 이거이거 했어! 하고 자랑하며 잘했다는 한마디를 들으려 애쓰고는 했습니다. 늘 야근이 일상이신 엄마는 집에 오시면 주무시기 바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 없이 혼자 저를 키우시려 힘들게 일하셨는데 잠이라도 푹 주무시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는 그게 뭐라고 잘했다는 한마디를 듣고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하고 싶어 아등바등했었습니다. 그렇게 밤에 칭찬 받기 위해 낮동안 스스로에게 칭찬받을 일을 미션으로 내려 완수하려 애쓴게 습관이 된 모양입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누가 칭찬해주는 것에 일희일비할 나이가 아니게 된 지금까지 저는 스스로에게 늘 미션을 내립니다. 이제는 결과에 대한 피드백은 엄마가 아닌 니 스스로가 된 것 뿐이죠. 매일 전날 밤 다음날 할 일을 시간순으로 기록해두고 다음날은 그것을 지키려 애씁니다. 그리고 계획한대로 다 이루었을때는 뿌듯함을 느끼죠. 그러나 하나라도 틀어지면 무슨 대역죄라도 지은 것처럼, 세상에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분노와 좌절감을 느낌니다. 이따위도 못해? 이것도 못하면서 살아있을 가치가 있어? 하며 자신에게 엄청난 원망을 하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가 세운 계획일뿐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스스로가 불안합니다. 조금 못해도 괜찮아 같은 마음을 갖지 못하고 믿음도 없어 조금 더 잘해내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잠도 푹 못잡니다. 오늘 세운 계획을 내일 못 지킬까봐요.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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