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을 여십시오.'
요즈음 저를 가장 화나게 하는 문장입니다. 저의 기분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무서운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우유 한 잔을 마시려고 평소와 똑같이 냉장고에서 우유갑을 꺼냈습니다.
맛있는 우유를 마실 생각을 하며 우유를 유리잔에 따를 입구를 열기 시작합니다.
웬일인지 입구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열리기는 열리는데 매끄럽게 열리지가 않습니다.
그제야 입구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그때 보이는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반대편을 여십시오.'
처음에는 정확히 기분이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아주 조금 기분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 날,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조금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어이없다는 기분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그 화는 어이없음에 묻혔습니다.
그런데 이 사소한 일이 자꾸 반복됩니다.
그저 저는 우유 한 잔 마시려고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또 입구가 아닌 쪽을 열려다가 '반대편을 여십시오.'를 마주합니다.
그때까지 왜 제 눈에는 '반대편을 여십시오.'라는 문장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서 화는 점점 커졌습니다.
어느 날은 갑자기 화가 화르륵 치밀어오르면서 하마터면 우유갑을 집어 던질 뻔했습니다.
하다 하다 이제는 우유갑마저 저를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납니다.
더욱더 화가 나는 것은 이런 사소한 일이 계속 되풀이되고 저의 화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한 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저의 기분을 돌아보니, 일상생활 속에서 생기는 작은 일들에 크고 작은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마음과 기분을 다룬 책도 나와 있었습니다. '나만 혼자 이렇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은근히 마음이 놓이면서 기분을 다독거려 보려고 애써 보기도 했습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것이 좋을 리는 없겠지요.
작은 일에서조차 자신 스스로의 기분이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는 뜻일 테니까요.
실제로 사소한 일에 화를 냈다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화를 내서 스트레스 해소라도 됐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좋을 테지만, 전혀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화가 나서 흥분한 상태로 성급하게 움직이다가 물건을 깨뜨린 적이 있습니다. 넘어진 적도 있습니다.
화가 나서 혼자 씩씩대다가 더 화가 나서 아무 일도 못한 적도 있고요.
괜스레 '나는 왜 이럴까?'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탓하다가 기분이 끝없이 가라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분은 스스로에 대한 책망으로 더 긴밀하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저 저는 우유 한 잔 마시려고 한 것뿐입니다.
차라리 스스로를 탓하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것이 나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계속 화가 납니다.
이런 사소한 일에 쓸데없이 화를 내다니요...
작은 일에 기분 상하지 말고 대범하게 생각하고 넘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스스로의 기분이나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잘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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