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도 가만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왜 그럴까. A부터 Z까지 챙겨야 했던
너무 과도한 업무 때문일까?
아니면... 어릴적부터 자라온 환경 때문일까?
30대가 지나면 부모 탓 하는건 핑계라던데.
결혼 준비를 하며 산만함,
강박과, 불안증상은 절정에 이르렀다.
‘일생에 단 한번 뿐’이라는 달콤한 말에 이끌려
초기 잡은 예산보다 두 배 이상 초과했다.
필요해보이는 것은 전부 구매하고,
남들 한다는 것은 다 해야했다.
잠도 안왔다. 모든 것을 직접 해내야 했다.
SNS의 알고리즘을 보며 예쁜 신부들과 나를
비교하느라 밤을 지새웠다.
괜찮은 결혼식장에서 하고 싶어 식장을
번경했고, 연달아 연계 스냅업체 취소를 하며
위약금 50만원을 두 곳에서 부담하게 되었다.
뒤늦게 결혼에 대해 공부히며
소비자보호원 규정을 확인해보니
부당한 위약금인 것을 알게되어 내용증명을 보냈다.
변호사와 업체들과 싸우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웃픈 일화도 있다. 결국 내가 더 싸우지
않고 포기했다.
“좋은 날 이니까” 라는 이유로 나 말고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예비 신랑 신부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해당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서 알았다.
본인의 사정을 얘기하는 디엠을 15개나 받았다는 사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촬영 기획&컨셉
청첩장 제작 (하다가 폰트가 깨지고 이상해져서 포기)
힙한 식권으로 별도 구매
유니크한 도장 구매
식권에 랜덤 도서 증정 이벤트
당일 분 초단위 타임테이블
당일 순서별 음악 선곡
하객 동선을 생각한 x배너 제작,
스티커 사진 부스 템플릿,
사회자 멘트까지 직접 준비했다.
과했다.
결혼식이 끝난 이후
헛헛하고 미칠듯 한 공허함이 밀려왔다.
쓸데없는 일에 목숨을 걸었던 것 같은 후회와
평생을 살아오며 이정도로 까다로운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과
결국은 내 결혼식을 망친 것 같은
뒤늦게 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들을 반추하며
실패감에 휩싸였다.
이랬던 나의 모습에 질려버려 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받았던 어떤 질병의 판정과는 다르게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일찍 병원을 찾지 못한 나 자신에게 미안하기까지
예전부터 나의 성향을 알고
병원 한 번 가보라고 했던 친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내본다.
평소와 다르게 뾰족한 잔소리 대신
“그동안 애썼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어찌나 위로라 되던지
그리고 회사에서 산만하단 소리를 들었던 것
우선순위를 잘 잡지 못한다는 것도 다 유사한 맥락이었다.
약을 먹어서 나아질 수 있다면,
치료하면서 다른 심리적 문제들도
하나하나 가치지기 하듯 다듬어 보고 싶다.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 센스오브셀프 즉 자기에 대한 감각을 익히며
온전히 나 자신에게 좀 집중해주고
산만하지도 불안하지도 않게 천천히 천천히
부정적인것도 긍정적인 것도 받아들이면서
adhd마저 사랑히보기로 했다.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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