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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눌려버린 자아존중감이 회복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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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엄한 분셨습니다. 지나치게 엄하셨어요.

손톱이 조금만 길어도 화를 내셨고 자식들이 재미있게 노는 소리도 시끄럽다 하셨습니다.

칭찬은 들어본 기억이 없고 학교성적은 늘 만점을 바라셨습니다.

95점을 받으면 다른 아이들이 칭찬받을 때 저는 모자란 5점때문에 종아리를 맞았어요.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본인 기분에 따라 화를 내기도 하셨구요.

늘 눈치보며 오늘은 어떤 욕을 먹고 맞을지 두려웠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더라구요. 제 아버지는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르는 분이셨습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으셨구요. 

그래도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아버지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어른이 되고 대학에 들어가 유학도 다니며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서

저는 성장했고 아버지는 점점 약해지셨습니다.

저는 제가 불우하게 자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잘 자라준 제가 자랑스러웠어요.

늘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자꾸 한계에 부딛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발짝만 더 나가려는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늘 리더의 자리보다는 팀원의 자리가 편안했고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 스스로 거절했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제가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물러나기 바빴습니다.

열심히 성장하였지만 정작 자립하기엔 자존감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통의 삶만을 추구하였습니다.

저보다 뒤에 있던 친구들이 저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걸 보며

그저 축하하고 감탄했을 뿐 욕심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 보통의 삶도 어린시절 저와 비교해보면 훨씬 평화롭고 행복했기때문에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고 다시 그때를 생각해보니 그 기회들이 너무 아쉽게 느껴집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가져라, 용기를 가져라" 말할때마다 

그러지 못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만일 제 아이가 저처럼 늘 물러나며 살거라 생각하면 너무 속상합니다.

하지만 같은 기회가 또 돌아온다 하여도 저는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제 자존감을 밟고 계신 기분입니다. 그 시간이 오래되어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발 저같은 아이가, 저같은 어른이 되지 않도록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서 자식을 온전히 사랑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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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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