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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차 고민상담소] 회피적인 성격장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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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갖고 있는 회피형 성격장애, 저도 해당하는 부분인데요.

주로 사회적인 상황에서 회피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성격 장애의 한 부분입니다.

 

흔히 장애라고 하면 아예 기능을 못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도에 따라 호전되기도 하고 호전되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정상 범주까지 만드는데는

어려운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어렸을 적 친가 쪽 할머니와 아버지의 폭언, 폭행 그리고 도박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많이 입었던 과거의 저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호작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훨씬 더 익숙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건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기회는

부모님을 통한 것일텐데, 저는 그런 기회를 운이 나쁘게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 항상 좋은 성적이나 선생님한테 칭찬, 상장을 받게 되더라도 인정이나 칭찬을 받기보다는

당연히 누구나 받는 거라는 말만 들을 뿐이었고, 이런 저에게는 해도 해도 모자란 제 모습만 남았습니다.

피드백은 항상 부정적으로 다가왔고 누가 의견을 제시하면 공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별 일 아닌 것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안절 부절 못하곤 했죠, 그런 성향은 커가면서 더더욱

계획과 수행에 집착하고 계획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는 날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아예 모든 계획을 망쳐버리기로 결심하곤 했었습니다.

 

핸드폰이 생기고 나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회피적 성향은 메세지 무시하기, 전화받지 않기,

친구에게 전화 대신 받아달라고 하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의 생각으로는 "왜? 도대체?"라고 생각 할 수 있는 부분이죠.

 

제 입장에서는 예측 할 수 없는 상대의 답변이 두렵고, 순식간에 공포로 다가오는 그 기다림의 순간이

너무나 싫고 끔찍해서 차라리 회피하는게 낫다고 느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고 10년, 20년 후의 저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잘 살아가고 있고, 일도 열심히 하고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지만

아직도 낯선 전화는 무섭고 모르는 번호는 두렵기만 합니다.

 

과거의 연애는 항상 도망가고, 잠수타고, 불안해서 지레 짐작하며 혼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가는

그런 정신 사나운 연애를 했죠, 어려서 그렇다고 하기엔 분명히 제 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천천히 서서히 사회적 상황을 하나 둘 씩 마주하면서 공원에서 강아지 주인하고 인사도 해보고

모르는 전화도 무턱대고 받아보고 하는 사소한 경험들을 거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이 회피적인 성향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고,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무의식중에도 항상 튀어나옵니다.

집중하는 순간에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동료나 가족이 말을 걸면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합니다.

 

다만, 저와 같이 비슷한 성향과 경험을 갖고 있는 분께 용기를 드리자면,

분명히 좋아질 수 있고 인지와 고민을 통해 아주 조금씩 오랜 시간을 거쳐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말도, 사람도 다 연습하고 반복해서 내 몸에 익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을 곁에두면서 살아가다보면

분명히 좋아지는 날이 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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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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