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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 지나치게 꼼꼼한 성격이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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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나에게 "대충 좀 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뭐든지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다.

큰 그림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모든 것이 딱 떨어져야 직성이 풀리고

실수를 용납하는 것이 어렵다. 

꼼꼼하고 빈틈 없는 성격 탓에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들께 칭찬도 많이 받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초반에는 꼼꼼하고 빠른 일처리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부하 직원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꼼꼼한 성격은 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향상시켰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런 내 성격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성격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딱 그렇다.

연차가 쌓이고 승진을 하여 중간 관리자가 되고

내 밑으로 팀원들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막내의 위치일 때는 그냥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됐는데

이제는 팀원들도 챙기면서 맡은 일도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이런 생각에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고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만 마음이 편했다.

 

 

새로 팀을 꾸린 뒤 초반에는 나와 우리 팀원들 모두 의욕이 넘쳤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상사가 되겠다고 늘 다짐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팀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했다.

멈춰서 안주하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자고 팀원들을 독려했다.

팀원들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고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방식을 바꾸어 나갔고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나갔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일하는 보람이 느껴졌고

팀원들 또한 나를 잘 따라오는 듯 했다.

나는 나의 업무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상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은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 기준으로 볼 때 절대로 오류가 날 수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 없는 곳에서 항상 구멍이 났다.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은 어쩔 수 없는건가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지만

내 눈에는 거슬리는 것 투성이였다.

팀원들의 성격과 스타일을 존중해주고 믿고 맡기자고 늘 다짐하지만

업무가 시작되고 나면 하나부터 열까지 거슬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믿고 맡기자고 해놓고는 결국 내가 직접 모든 것에 손을 대고 있으니

매일 너무 힘이 들었다.

또 나의 위치에서 팀원들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예전에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너무 빈틈이 없어 보여서 다가가기 어렵다고 했다.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아우라를 풍기나보다.

 

상사의 위치에서 나는 윽박을 지른다거나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해서 말을 고르고 최대한 좋게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앞에 서면 어린 그 친구들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예 화를 내거나, 아니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나 혼자 일하는게

어쩌면 가장 심플하고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좋게 말은 하고 있지만 

정작 내 마음 안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가득하니

은연중에 표정으로, 풍기는 분위기로 상대방은 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나 역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받쳐주는 선배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팀원들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느낌이다.

일 잘하는 상사와 팀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상사,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막내일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난관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꼼꼼한 성격은 분명히 중요한 덕목이다.

정해진 기한 내에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회사에 이익이 되는 적절한 수익을 내는 것이 직장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충이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이런 성격이 다른 사람을 피곤하고 괴롭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편치 않다.

나 혼자 하는 일이라면 몇날 며칠 밤을 세워서라고 해내겠지만

그들은 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몰아붙이고 강요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하면 마음이 더 어지러워진다. 

 

나는 어떤 상사가 되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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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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