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좋지 않은 성격 장애가 있습니다. 매사에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 극단적으로 작용합니다. 아마도 숨기고 싶은 가정환경 때문에 어릴때부터 뿌리내린 자격지심 때문인듯 합니다.
부족한 점을 숨기고 늘 당당한척, 남에게 자랑스러운 면만 내보이고 싶다보니 완벽하지 못할 바에 아예 손도 대지 않거나 원래 목적이 아니었던척 그만두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본건 많은데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없죠.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한 피아노도 중학교때 전공희망반에 합류하자마자 그만둬버리고 이어서 시작한 미술도 두달만에 그만두었습니다. 공부도 하다가 성적이 생각만큼 제대로 안나와 담을 쌓았죠. 그 이외에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하루아침에 그만두었습니다. 문제는 그게 정말 하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거죠.
잘하고 싶었습니다. 잘해서 남들에게 당당히 인정받고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력에 한계를 느끼면 누가 제가 부족하다는걸 눈치챌까봐 겁나서 원래 그리 잘하려고 시작한게 아닌척, 취미 삼아 잠깐 해봤고 이제 질려서 하기 싫은척 하죠. 저도 제가 왜 이렇게까지 남들을 의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릴때야 집안 환경 때문에 그랬다 하지만 어른이 되었으면 생각이 바뀔만 한데 잘 되질 않습니다.
여행도 남들이 안가는 다녀오기 힘든 나라만 골라 갑니다. 그래야 주변인 중 유일한 경험자가 되고 자기가 더 재밌게 다녀왔다며 비교할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누군가가 인기 여행지에 다녀온 아야기를 들으면 관심없는척 합니다. 사실 속으로는 어디든 가고 싶으면서…
못났죠. 정말 못났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타인에 그리 관심이 없는데 저는 왜그리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애쓸까요. 결국에는 오히려 적대감만 품게 만드는 결과를 낫는데도 말이죠. 알면서도 왜 저는 계속 그럴까요.
대학교에 입학해서 만난 친구 중 한명이 저처럼 감추고픈 가정환경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그 친구는 저와 같은 처지라 이해할테니 그 친구에게만큼은 솔직해졌었죠. 제 부족한 점도 알리고 그걸 숨기고자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의지도 많이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만 그러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친구는 저역시 감추고픈 대상일뿐이더라구요. 제가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 그곳은 자기가 가고 싶은 마음이 안드는 관심 없는 곳이라며 자기가 다녀온 여행지 이야기만 주구장창 했습니다. 함께 간 여행지에서도 그곳을 함께 즐기기보다는 자기가 이전에 다녀온 여행지 이야기를 하느라 함께 간 여행지는 즐기지도 못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 친구를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나도 남들에게 저랬겠지. 그러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여전히 그러고 있네요. 나의 자화상과 같은 그 친구와는 결국 인연을 끊었고 포장하기 지쳐 다른 사람들과도 하나둘 연락을 끊은 후 표면적인 지인들만 몇몇 남은 채로 점점 고독하게 고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몇 안남은 사람들에게 간혹 연락이 오면 그때마다 포장할 준비부터 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알겠죠? 내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숨기고 있다는걸. 아는걸 알고 멈추고 싶지만 쉽지가 않네요.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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