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먹을까요, 짬뽕을 먹을까요?
신라면을 시킬까요, 짜파게티를 시킬까요?
아메리카노를 마실까요, 카페라떼를 마실까요?
아메리카노로 결정한 뒤에는 더 큰 선택을 마주하게 됩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할까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할까요?
이 문장들은 저를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저는 선택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카페 주문대 앞에 서는 것이 아주 큰 두려움이지요.
"뭘 마실래?" 하는 친구의 물음이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누군가가 뒤에 줄을 서 있다면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빨리 선택하고 결정하지 못해서 친구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뒤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야 할지 선택해야 할 때는 결정을 아예 카페 직원분에게 미룹니다.
"아이스로 드릴까요?" 하고 물어 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스로 드릴까요, 핫으로 드릴까요?" 하고 물으면 다시 원점입니다.
어떤 때는 친구들이나 가족들마저 저의 이런 성향을 알고서는 무엇을 먹거나 마실지 묻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아예 선택하게 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그럴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데 한 번은 조금 큰일이 있었습니다.
한 친구가 제가 사는 곳 가까이에 올 일이 있어서 만나서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친구가 맛집을 검색해서 식사 장소를 정하라고 했습니다.
열심히 맛집을 검색했습니다. 어떻게든 몇 군데를 추렸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도저히 한 곳을 선택하지 못하겠는 것입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물론 친구에게 몇 군데를 이야기하고 먹고 싶은 것이나 분위기 등을 물어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 물어보고 선택해 가는 과정마저 길어졌습니다.
결국 친구의 기분이 상해 버렸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시간만 보내면서 선택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저에게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냐고 하더군요.
친구는 제가 책임을 지기 싫어서 선택하지 않고 결정을 미룬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런 저의 태도를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다니, 뜻하지 못한 반응에 저는 억울하고 또 억울했습니다. 이런 오해를 받다니, 처음에는 억울한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시간이 지난 뒤에 차분히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성격이나 성향을 선택 장애, 결정 장애라고 하나요?
어떤 글을 읽어 보니 이것은 의학적으로는 병이 아니라고 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선택불가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어쨌든 빠릿빠릿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늘 머뭇거리는 저의 성격이 싫습니다.
얼른 선택하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하고 시원스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제 성격은 스스로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참 창피하고 부끄럽습니다.
작성자 익명
신고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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