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습니다.
원래도 가족이긴 하죠.
제 남동생의 아이들.
저와 남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무척 사이가 돈독하고 좋았습니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같은 동네에 살며
왕래도 잦고 조카들도 제 아이처럼 대했어요.
그렇지만 두 가족이 따로 사는 것과
아이들을 맡아서 한가족이 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겠지요.
어떤 사정에 의해서
10월부터 조카들이 저희집에 와서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쭈욱 제가 키울 건데요.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그런 큰 결정을 내렸냐는데..
저는 제 동생을 생각하면
아이들을 나몰라라 할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들을 동생 혼자서 케어하기엔 역부족이니까요.
제 동생이 힘들어하거나 지쳐있는 걸 볼 수가 없어요.
물론 조카들이 그렇게 키워지는 것도 볼 수 없구요.
다행히 남편이 제게 먼저 제안을 해주었고
저는 정말 고맙게 받아들이고
지금 저희집에서 쭈욱 생활하고 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쉽지 않네요.
저는 성격이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하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체크해야 되구요.
놓치거나 실수하는 게 싫어서 엄청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몸과 마음이 피곤하더라구요.
물론 처음보다 저는 익숙해져서
몸은 훨씬 덜 힘들어요.
그런데 역시나..
가족끼리 부딪히는 것은 피할 수가 없네요.
처음엔 사이가 마냥 좋던 아이들도
작은 것에서부터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막내 조카가 별 거 아닌 걸로 투정하고 버릇없이 구니까
제 아들은 보기 싫다며 큰소리로 야단을 치고
저는 큰소리 내지 말라고 아들에게 뭐라하니까
아들은 섭섭해하며 울고
그걸 보던 남편은 조카에게 버릇 없다 야단치고
그러면서 저는 남편에게 아들 편만 든다하고
남편은 저에게 조카 편만 든다하고..
사춘기에 접어든 큰조카는
여자아이다보니 심리적인 면에서 세심해야 하고..
이게 매일 여러번 반복이네요.
남편이 예상은 했지만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길 들으니 또 제 맘은 무너지구요.
저는 사실 힘들지만
이런 일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내가 조카와 아들 사이에서
잘 조율하면 나아질 것이고,
한가족으로 스며들 수 있다 생각합니다.
이제 겨우 2주 조금 지난 걸요~
10년 넘게 따로 살던 가족이
어떻게 한번에 한가족처럼 살 수 있나요?
당연히 시간이 걸릴 거고
그 시간만 잘 넘기면 한가족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남편은 그냥 지나가며 한 말이지만
저는 너무 마음이 쓰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하며
그냥 상황을 이야기한 것 뿐이며
저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자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뜻은 아니었대요.
알고 있습니다.
그냥 그런 감정을 표현한 것뿐이며
그렇구나~ 좀 더 신경쓰자 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된다는 것을요.
그렇지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죠.
저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을 희생하며 조카들을 키우자고 해준 남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을 조카들과 나눠야 하는 아들.
어른들의 결정으로 한순간 고모네와 살아야 하는 조카들.
그리고 생각없이 하는 아이들의 작은 행동들이
너무도 섭섭한 저.
모두모두 너무나 이해가 되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쓰이는 하루하루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좋아지겠죠?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게 되겠죠?
어서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또이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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