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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 부양을 생각하니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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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엄마랑 저 단 두명이예요

엄마는 제가 태어나자마자 아빠랑 이혼을 하셨고 아빠는 알콜중독으로 평생을 치료소 같은 곳에서 살다가 코로나 기간에 돌아가셨어요

엄마는 그 뒤로 따로 재혼은 안하셨고 혼자서 사셨죠 제가 기억하는 한해서는요

 

저는 중학교때까지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살았고 고등학교때는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했었고 성인이 된 뒤로는 여기저기 떠돌면서 제가 알아서 살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모녀지간이어도 같이 산 세월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 최근이 가장 연락을 많이 하며 사는 기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면 좋았겠지만 사실 저희 모녀는 사이가 좋지 않아요

이혼하는 부부들의 이혼사유 1위가 성격차이라죠

저희가 그렇습니다

엄마가 70대 초반 제가 40대 후반인데 평생에 걸쳐 같이 살며 부대낀 세월이 없다보니 저희는 성격이 맞이 않아요

맞지 않는다기보다는 오히려 엄마는 제가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타입의 유형이고 사회생활하면서 만났다면 벌써 손절하고도 남았을겁니다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며 남의 흉을 많이 보고 또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분이죠

온화함과는 거리가 멀고 항상 주변을 불편하게 합니다

저는 이런 유형의 친구는 두지 않거든요

부모라 어쩔수 없어 그러려니 합니다

 

당연히 저희집도 형편이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예요

엄마는 초등학교졸업이라 아마 이런일 저런일 하시면서 생계를 유지하셨을테고 다행히 지방에 오래된 아파트 하나 장만해서 지금은 혼자 살고 계세요

 

저는 고등학교때 엄마랑 살림을 합쳤다가 6개월도 못 버티고 나가서 하숙을 했구요

20대때도 생활고에 시달려서 엄마랑 합쳤다가 다시 가출을 했습니다

같이 지내려니 피가 마르고 정신이 피폐해져가더라구요

엄마가 늘 사람을 비난하고 지적만 하는 스타일이라 이러다 내가 미칠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저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그렇게 공부를 마치고 운좋게 취업에 성공을 해서 10년넘게 회사생활을 하다 최근에 귀국을 했습니다

귀국을 한 이유는 회사생활과 오랜 외국생활에 지친 것도 있었지만 이제 엄마 나이가 70이 넘다보니 아무래도 갑자기 아프거나 했을때 죽으나 사나 한국땅안에 있어야 바로 달려올 수 있지 않을까 등등 나름의 생각이 있어서였어요

아빠 돌아가셨을때는 코로나 기간이라 제가 해외에서 못 들어왔거든요

 

물론 엄마는 70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혈기왕성하고 팔팔해보입니다

문제는 저희집에 다른 가족도 없고 또 제가 외동이라 형제도 없다보니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때 오로지 저 혼자 해결을 해야 한다는 점이예요

 

해외에서 귀국해야 했던 관계로 저는 퇴사를 하고 귀국한 상태이고 현재는 무직입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재취업이 힘들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죽으라는 법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수입이 없어지다보니 당연히 저는 씀씀이를 많이 줄였고 현재 크게 나가는 지출도 없어서 제 한몸 사는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엄마는 사정이 달라요

입으론 항상 돈없다고 돈타령을 하세요 저만 보면 돈얘기밖에 안하십니다

발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 가시라고 하면 돈없어서 못간다하시면서 하루에 이만보씩 걸어다니고

이빨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가서 정기검진 받으라고 하시면 돈없어서 못간다하시고 저녁에 폭식하고 이빨도 안닦고 그냥자고 늘 이런식입니다

 

엄마는 자라면서 늘 형제들에 대해 피해의식이 있었던 모양인지 자존감이 낮아요

그런데 자존심은 얼마나 센지 남한테 아쉬운 소리 특히나 형제들한테 아쉬운소리 하는건 정말 싫어라 하시고 저한테도 쓸데없는 기싸움을 하고 그럽니다

저는 형편에 맞게 살라는 주의인데 엄마는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기는 싫다라는 주의라서 항상 맛있는거 먹어야하고 항상 좋은거 입어야하고 이렇습니다

 

돼지고기 먹으면 될것을 소고기 사와서 잘 안씹힌다고 그러고

필요한거 한두개만 사면 될것을 몇박스씩 사서 쟁여놓고 다 유통기한 지나서 못쓰게 되고

누가 좀 저렴한거 사서 보내면 뒷담화하고 이런 성격이라 제가 좀 감당하기는 버겁더라구요

 

최근에는 동네 고양이들이 자기만 따라온다고 캣맘으로 활동중이신데 사료며 간식으로 주는 통조림들을 몇십만원어치씩 사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한소리 하면 이렇게 사도 한두달밖에 못 먹는다며 내 돈으로 사는데 니가 뭔데 그러냐는 식으로 얘기하세요

급기야는 어떤 한 고양이가 10킬로에 12만원씩 하는 사료만 먹는다며 그걸 주문해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먹는 쌀이 20킬로에 3만원인데 말이죠

 

음식은 항상 소고기, 장어, 회 이런걸로 즐겨드시고 틈만나면 가전제품 바꿔야 한다고 하십니다

추석때는 제가 집에 가 있는 동안 냉동고, 김치냉장고, 전자렌지, 청소기 다 바꿨습니다

먹고 싶은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참..

나이들면 물욕이 없어진다는데 우리 엄마는 참 신기한것 같아요

물론 집안 형편이 넉넉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저희 집은 현재 엄마랑 저 둘 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지출이 그러하다보니 감당이 안되셨는지 얼마전부터는 박스랑 캔 고물 이런것도 주우러 다니시더라구요

우리 엄마가 길거리에 있는 리어카 끌고 다니는 박스할머니가 될 줄이야

이모들도 뭐 그런걸 하냐고 난리난리이지만 절대 남 얘기는 안 들으니까요

나 같으면 박스 주우러 안 다니고 씀씀이를 좀 줄일것 같은데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그렇게 하루에 이만보 이상씩 걸으니 발이 남아날리가 없어서 계속 아프다고 하시고 정형외과 가서 약 타오시고 하시는데 지금은 이제 막 70을 넘은거지만 이대로 몇년 더 있으면 진짜 병원 신세라도 져야할 판인데 그 흔한 실비보험조차도 하나 들어있지 않다고 하네요

다른 부모들은 자기 노후도 있고 자식 생각해서라도 보험 하나쯤은 들어놓는다고 하는데 저희 엄마는 진짜 아무 노후준비도 없다고 합니다

저는 엄마 생각만 하면 답답합니다

 

제 한몸이야 제가 잘 추스린다고 해도 앞으로는 계속 돈 들어갈일만 있을텐데 소고기 먹고 싶다고 할때 소고기 안사주고 갖고 싶다는 가전 있을때 안 사다 바치면 노인학대라고 하실 판이라서요

이럴때 저한테 형제라도 있었으면 상담도 하고 경제적 부담도 같이 나누고 할텐데 정말 답답하네요

자식된 입장으로서 가급적 원하는대로 살다 가시게끔 최선을 다하자는 입장이긴 한데 엄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숨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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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켈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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