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파편화된 가족이었어요.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바람...
엇나간 오빠...
어머니의 건강 악화...
결국 이혼..
이렇게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모두 튕겨나가
각자 자리를 잡고 살다가
어머니를 통해 간혹 소식을 들으며
그냥 내 삶을 살아내느라 바빴습니다.
부모님의 이혼 전부터
아버지와 오빠는 절연한 관계나 다름없었고
지금까지 25년을 연락없이 살고 있습니다.
상대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내게 하면서요..
아버지와 연락하는 것은
가족 중에서 오로지 저뿐이구요.
저 역시 긴 세월 연락하지 않다가
낳아주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아버지께서 느끼고 계실 외로움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으로
카톡 안부와 1년에 한 번, 큰 맘 먹고 찾아뵙는 정도로 하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아버지의 폭력성과 술이 두려워 더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어요.
오빠는 어린 시절 너무 큰 상처를 입어서인지
삶 자체에 의욕이 없고,
저를 비롯한 가족에게, 또 세상에
피해의식과 불만,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합니다.
그나마 오빠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셨던
어머니께서 몇 년 전 돌아가시면서
이젠 가족의 끈이 느슨해지다못해 끊어져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조카들 소식을 알고 싶다는 핑계로
새언니에게 가끔 연락을 하는 정도인데
중간에서 새언니도 참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누이끼리는 직접 연락하지 않고,
서로를 불편하고 어려워하면서
중간에 있는 자신에게 자꾸 말을 전하나 하면서요..
큰 일이 있건, 작은 일이건 소식을 전하고
기념일에 다복하게 모여 같이 식사 한번 하는
여느 가족들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이
저에게는 참 어마어마한 꿈 같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망가지고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이...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가 싶습니다.
사실 오빠와 저 사이에는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았거든요.
어떻게 해도 빠지지 않고 박혀있는 가시처럼
생각만 하면 매일 쓸리고 아픈 느낌이에요.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저 혼자 장례를 치러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린 시절엔
나중에 크면 이런 어려움들이 괜찮아질거야...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려서, 힘이 없어서 이런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요.
그러나 가족 문제는 내가 성인이 된다한들...
내 편에서 아무리 손을 내밀고 인내한다 한들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여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가장 깊은 상처가 남는 관계이기도 한...
가정은 한없는 사랑을 체험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평생 마른 우물처럼 가난하고 공허한 존재로 살게 할 수도 있는 곳임을...
점점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리라는 희망은 솔직히 크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혈육이니까...
누가 봐도 비뚤어진 모습이겠으나
나라도 마음 깊이 애틋해하고 안스러워하면서
‘사랑받지 못했다’는, ‘나는 받은 것이 없다’는
그 한스러움을 좀 풀어주자...
그런 마음으로 그저
‘나는 여기 있다! 언제나 나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 메시지를 주고 있어야지... 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빠가
그저 잘되기를,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낄까요?
어떻게 해야 더이상 그 어린 시절을 살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받아들이려나요?
저에게 달려있는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고민스럽습니다.
작성자 Bo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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