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식구가 엄마랑 저 둘 뿐이예요
엄마 나이도 이제 70에 들어섰고 저희는 평생을 거의 떨어져 살다시피 하다가 최근에서야 가까이 살게 되었는데 떨어져 산 세월이 너무 길어서인지 생활습관도 안 맞고 사고방식도 너무 달라서 힘드네요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이 바뀌는 건 어려울테니 내가 참자하고 넘어가는 편이긴 한데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는 느낌이 들어서 가급적 거리를 두고 살려고 하고 있어요
엄마는 이른 나이에 저를 낳고 제가 태어나자마자 이혼을 해서 그 뒤론 쭉 혼자 살아오셨어요
그 긴 세월을 여자 혼자서 생계를 유지한다는게 얼마나 힘들지 같은 여자로서 이해도 되고 측은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억척스럽게 살아온만큼 늘 얼굴과 말투에 독기가 서려 있어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일단은 엄마가 형제들에 대한 원망이 많아요
바로 위 언니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 늘 흉을 보고 욕을 합니다
일도 안하면서 편하게 산다는 둥 돌아가신 외할머니 재산을 빼돌렸다는 둥 그 자식들은 한번도 인사를 안온다는 둥 내가 자기들 힘들때 도와준게 얼만데 보답이 없다는 둥.. 듣고 있으면 언니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는건지 어떤건지 가끔 밥이라도 같이 먹게 되면 늘 원망으로 시작해 싸움으로 끝나고 말아요
단 한번도 유쾌한 식사자리가 없었던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엄마가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아예 안 듣는 스타일이라 누가 무슨 말을 하면 보통 사람들은 아 그래? 그런것도 있어? 오 신기하네 좋아보이네 등등 긍정적인 맞장구를 많이 처줄텐데
엄마는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안그래, 뭐가 그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잘 알아, 말도 안돼 등등의 맞장구를 치세요
기본적으로 타인과 소통이 잘 안된다고 보면 맞을것 같아요
대부분 상대방이 기가 눌리거나 싸우기 싫어서 말을 아껴버리거나 하는 편입니다
엄마 오빠인 외삼촌과도 사이가 안 좋아서 제사나 이런때 한번 들리기라도 하면 가고 나서 몇시간을 욕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듣고 있기에도 너무 지쳐서 저는 왠만하면 저도 자리를 피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저한테도 서운한게 많은지 가끔 지인들이 집에 놀러와서 딸이냐고 물어봐도 딸이라고 대답을 안하더라구요
한번은 그냥 같은 동에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적도 있어요
그땐 정말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금전적으로 여유롭게 사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껴서 살면 생활이 궁핍한 편도 아닐텐데 남들한테 없어 보이면 안된다고 허세를 부리면서 저한테는 늘 돈돈돈 거리시구요
다른 부모자식간처럼 살갑게 지내고 싶어서 어디 뭐 먹으러 가자 영화보러 가자 그렇게 말을 걸면 맛도 없는 그런건 안 먹는다는 둥 자기는 영화관같이 좁은곳은 싫다는 둥 한번도 긍정적으로 응해준적이 없어요
밥집 가면 가게 사장님 앞에서 다른 가게 칭찬하고 무리한 요구 하고 옆에 있는 제가 얼굴을 못 들 정도예요
자존감이 낮고 매사에 늘 부정적이며 항상 남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찬 고약한 할머니가 되가고 있는 엄마를 보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너무 힘들더라구요
식구라고는 딸랑 둘이라 죽으나사나 제가 책임져야하는데 평소에 혼자 똑똑한척은 다 하면서 그 흔한 실비보험조차 없고 아무런 노후준비도 안 해 놓으시고 그렇게 남욕만 하면서 살면 과연 행복할까 싶어서 안쓰럽기도 합니다
어렸을적 오빠들에게 치어 초등학교밖에 못 다니신거, 결혼은 했지만 남편이 알콜중독에 빠져 결혼한지 이년만에 이혼해서 평생을 혼자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온거, 자식이라고 하나 있지만 누구네집 순한 자식들처럼 부모를 위한 희생하기보다는 자기 인생을 찾아 떠나는 바람에 자식 덕도 크게 못 본 거, 형제들과 우애를 나누고 살지 못한 거 그런것들이 다 한으로 남아서 그런지 엄마는 더 날카로워지고 표독스러워지고 늘 삐걱거리고 혼자 독불장군이 되어 버렸어요
나이가 들면 사람이 더 유해지고 마음이 넓어질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더라구요
고집은 더 세지고 돈에 대한 집착은 심해지고 타인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강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된 도리로 제가 안고 가야할 문제고 혹시나 병이 든다거나 하면 제가 수발을 들어야해서 요즘은 화내지 말자 싸우지 말자 이해해 보자라며 도 닦는 기분으로 마음을 다잡아 가는 중이긴 한데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로 제 친가쪽 할머니 할아버지 욕 이모들 욕 하고 그러는 걸 듣고 있으면 정말 도망가고 싶어요
본인이 받은 상처만 아프고 커서 당신의 자식 또한 부모의 보살핌 없이 그렇게 한평생을 커 왔다는걸 느끼지 못하시는것 같아요
이런 엄마와의 동행..제가 잘 버틸수 있을까요
작성자 켈리장
신고글 (가족고민) 엄마가 늘 부정적이고 원망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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