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하게 들리게 된
한 독립서점에서 책 한 권을 샀다.
책 굵기는 제법 굵었고, 나는 첫눈에 반했다.
본래 알고 있는 작가의 이름이었기에 기뻤고,
이 애가 마치 책장 한 구석에서 날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듯 우뚝 서 있어줘서 고마웠다.
그간 활성화 되지 않던 연애세포 마저 다시 부활되는 기분이었다.
당연히 망설임 없이, 나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집어 들었다.
제목 그대로 수필집이기에,
작가 이슬아가 덕지덕지, 글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참으로 외설적있고,
참으로 자극적이었으며,
참으로 매력적이다 못해 따뜻해서
절로 웃음이 실실 났다.
소설 <가녀장시대>도 어지간이 따스하고 직설적이라 좋았는데.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복희씨가 참 귀여워서 좋았는데,
(참고로 말하자면 복희씨는 작가 이슬아님의 어머니시다.)
여기 수필집에 나오는 복희씨도 만만치 않게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서...
도무지 책을 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책값은 만 칠천원이었다.
앞, 뒷장 꽉꽉 채워진데다가 굵기도 굵은 책에 비하면
한 없이 아깝지 않은 값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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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혀를 깨물 때마다 꼭 복희가 생각난다.
어른이 되어 복희와 한참 멀리 떨어진 대륙을 여행하던 때에도 혀만 깨물면 복희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아플 때 복희만큼 아파해 주는 사람은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가끔은 기적처럼 느껴진다.
혹은 한 명보다 많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다.
내 아픔이 누군가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건 아주 슬픈 일일 테니 말이다.
복희가 내 아픔을 알아주는 것 만큼 나도 복희의 아픔을 알아주고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105-106p. 유예 편 中에서...
작성자 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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