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생일은 잘 챙기지만 내 생일 챙겨달라고 말은 못하는 INFJ

생일은 참 기쁜 날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가족, 지인 생일은 꼬박꼬박 잘 챙기는 INFJ예요.

새해 달력을 받으면 생일이나 기념일부터 적어두고,

스마트폰에는 기념일 알람을 해 둬서 꼭 잊지 않고 챙긴답니다.

그래서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지요.

 

멀리 있어 만나지 못하는 지인에게는 

생일 축하 케이크나 기타 기프티콘이라도 꼭 챙겨 보내요..

그렇게 해야 제 마음도 편하고,

받는 사람도 자기 생일을 기억해 주는 마음이 기쁠 것 같거든요.

누구 하나라도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한 1년쯤 연락이 뜸하던 친구 생일이 되어서 케잌 기프티콘을 보낸 적이 있어요.

친구한테 바로 전화가 오더라구요.

그런데 전화 너머로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너무 놀랐어요.

무슨 일 있느냐고 했더니,

사실 연락 뜸하던 1년 사이에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쳐 힘든 시간을 보냈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지인들과도 연락 거의 끊고 있었는데

마침 생일에 받은 제 생일 축하 메시지가 너무 행복했다는 거예요.

연락 없는 사이에도 자기를 생각해 주었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며

친구가 너무 고마워하고 행복해 했어요.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지인 생일과 기념일은 더 잘 챙기게 돼요.

가족, 친척 생일도 다 기억해 뒀다가 부모님께 알려드리는데,

자칫 그냥 지나칠 뻔했던 것도 다 챙기게 돼서 좋아하시지요.

집안 어르신들 중에 그냥 지나가면 좀 속상해하시는 분이 있어서

제가 특히 더 잘 챙기고 있지요

 

제 지인 중에 생일을 챙겨주면 시큰둥해 하는 사람이 있어요.

생일 때 가족 모임이나 다른 지인 모임과 겹칠 수도 있으니까 

미리 일정을 잡자고 하고, 선물 받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보면

"생일이 뭐 대수라고 그걸 챙기냐"

이러면서 시큰둥해 해요.

"그 김에 같이 만나 밥도 먹고 수다도 떨면 좋잖아~" 이렇게 달래면

마지못해 약속을 정하고 나와요.

챙김 받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일까요?

 

그런데 또, 저는 제 생일은 챙겨준다고 하면 쑥스러워요. 

남 생일은 잘 챙기면서도 제 생일 챙겨달라고 하기는 민망해 하는 INFJ랍니다. 

 

직장 다니며 가입한 친목 단체에서 한 10여 명이 생일 준비를 해준 적이 있어요.

일단 생일 당일 아침에 회사로 큰 꽃바구니를 보내서

완전 직장 사람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퇴근 무렵에는 차 여러 대에 나눠 타고 저를 데리러 왔더라구요.

작은 카페 하나를 빌려서 크게 생일 파티를 해줬는데

너무 쑥스러웠지만

지금까지 가장 크게 생일 대접을 받은 날이어서 기쁘고 참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언젠가는 친한 친구들 몇이 생일을 그냥 넘어간 적도 있어요.

넷이서 엄청 자주 만나고 친하게 지냈는데, 

어쩜 생일 며칠 전부터 아무 얘기가 없는 거예요.

보통을 뭐 갖고 싶냐, 뭐 먹으러 갈까, 우리 생일에는 다같이 그렇게 하거든요.

 

평소에 넷이 다같이 생일을 챙겨주는 와중에 제 생일만 쑥 지나가니까 

그건 기본적인 배려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 좀 서운하더라구요.

서프라이즈를 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웬걸요..

김칫국만 마신 꼴이 되어버렸어요.

며칠이 지난 뒤에서야 친구들이 "아 맞다! OO일이 네 생일어었지!" 하고 미안하다 하는데,

몇 명이서 하나같이 기억을 못 하는 건 사실 '좀' 아니고 '너무' 서운했지요.

 

저처럼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성향들인 것을 알지만,

또 저처럼 달력에 체크해 두고 며칠 전부터 준비하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게 몇 명이 다 모르면 왕따 된 기분? ㅎㅎ

아무튼 며칠 지나서 늦은 생일 파티를 하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생각이 나서 생일 즈음이 되면 괜스레 걱정이 되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