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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P 감동받는 순간

https://mindkey.moneple.com/infp/29631130

INFP는

드러내놓고 감동을 주는 행위는 부담스럽습니다.

오다 줏었어~ 느낌을 좋아하죠.

드러내지않고 무심한듯 하면서

배려해주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아요.

그리고 평소엔 츤데레인데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남편에게 감동을 받아요.

애들 키우면서 과자 한봉지를 스스로 사와 본적이 없고

그렇게 가정적이고 따스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오죽하면 시어머니께서 조선에 태어날 놈이 잘못 태어났다고 하시고

저희둘이 싸우기라도 하면 이혼이라도 해서

남편이 다시 본인차지가 될까봐 전전긍긍하셨단 얘기를 

돌아가신 다음에 시누이한테 전해들을 정도일까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바위같던 그 사람도 나이가 드니 변하더군요.

10년전부터는 화이트데이때 제게 편지를 써줍니다.

물론 제가 발렌타인데이를 챙겨줬을 해에만요.

엎드려 절받기지만 대신 전 편지나 카드는 쓰질 않아요.

손글씨를 아주 싫어하거든요 ㅎㅎ

남편이 주는 편지는 대단하게 편지랄것도 없어요. 

짤막하게 유행가 가사를 개사하기도 하고

넘 유치한 시 비슷한걸 쓰기도 하죠.

아이들은 그 편지를 보여주면 

평소의 아빠 스타일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차마 끝까지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립니다.

낯간지러워서 더는 못읽겠다나요 ㅎㅎㅎ

뭐야.... 발렌타인데이 챙겨주니 마지못해 갚아주는 건가 싶어

몇해전부터는 기념일에서 발렌타인데이는 제외를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저절로 화이트데이도 없는 날이 되더군요.

그럼 그렇지~~ 하고 그렇게 늙음을 받아들이고 살았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남편이 혼자 화이트데이를 챙겨줍니다.

사탕이랑 다시 편지를 써서요. 

용돈도 많진 않지만 10만원정도 함께 넣어서요. 

제가 발렌타인데이를 챙기지않았는데 화이트데이 선물을 받으니

너무 감동이고 고마왔어요.

어린나이에 시집와 20대를 통째로 저당잡히고

없는 살림에 애들 키우느라 고생한 와이프가 아주 많이 고맙다 합니다.

잘 키워줘서 고맙고 제대로 못해줘서 고맙다고.

사람들은 나이어린 와이프 뎃고 살면 얼마나 잘해주냐 하지만

정말 저희 신랑은 저를 나이어려 철딱서니 없다고는 해도 저를 대접해주기는 커녕 불쌍해하지도 측은해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츤데레남편은 맘속으로는 제가 항상 가여웠나 봅니다.

그리고 제 생활력에 항상 든든했었나봅니다.

둘다 겨우 1000만원씩 가지고 반지하 신혼집부터 시작을 했고

정말 양가 부모님께 손벌릴 상황이 아녔거든요.

등비빌곳이 없기에 결혼해서부터 저희 부부는 경조사외엔 부모님들이나 형제들에게 아쉬운소리 해본적 없고 단 백만원도 도움받아본 적없이 정말 스스로 열심히 살아왔어요.

큰애 임신해서부터 스스로 동네 아줌마들이 하는 부업을 얻어와서 하기 시작했고

두애들 다 독박육아로 5살 유치원가기전까지 단 한시간도 다른사람에게 맡겨본 적이 없었죠.

애들이 어느정도 커서부턴 혼자 자격증따서 취업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던 저로 인해

지금의 편안한 시절이 있는거라고 고맙다고 세월이 한참 흘러 요새는 종종 말을 해줍니다.

 

몇해전 남편이 급성심근경색으로 큰일을 겪을뻔 했어요. 

그 이후 남편은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차가운 수술침대위에서 살아온 인생이 한순간에 주마등처럼 지나는 것을 경험하고선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보니 그케 아둥바둥 살아온 삶이 다 덧없더랍니다.

이제 남편은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도 이제 늦었지만 니 인생을 즐기라고.

그동안 못다닌 여행도 다니고 하고싶은거 넘 과하지만 않게 누리고 살라고.

너도 이제 나이가 적지않지만 건강할때 하고싶은거 다 하고 살라고.

단, 자기는 노후를 신경써야 해서 보태줄 여유가 없으니 니가 벌어서 놀러다니라고 ㅎㅎㅎ

물론 맞벌이라 제가 여유는 있고 이제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도 기념일 챙기는 정도만 필요하니

충분히 적절한 선에서 누릴 능력은 됩니다.

과거 어디 가는것도 싫어하고 애들데리고 놀러가는것도 과소비라 언짢아하던 신랑이

이제는 어디 계획 잡혔다하면 두말않고 허락을 해줍니다.

그 맘이 고마와서 저도 남편이 먹을거. 간식 다 준비해놓고 1박당 5만원씩 용돈도 쥐어주고 갑니다.

그러면 신랑은 넌 놀지만 자기는 노후자금 벌어야 한다며 용돈벌게 더 놀러다니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게 저를 편하게 보내주려는 마음이지. 정말 돈이 욕심나거나 본인이 외롭지가 않아서 그러는게 아니라는걸 이제는 말안해도 잘 압니다.

 

 

올해가 저희 부부 결혼30주년입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마치고 분가하고 결혼도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나니 홀가분하면서도 너무 허전합니다.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아온 저로서는 큰 무언가를 잃은 듯한 허망함에 

한동안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그 빈 자리를 한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그 사람이 있기에 늙어가는 지금이 덜 힘이 듭니다.

등비빌곳없이 둘힘으로 시작한 살림에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들어서

죽네사네 싸우기도 하고 이혼을 생각하기도 했던

혈기왕성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세월을 다 겪고 나니 이제 제 곁에 있는 사람은

남의 편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편입니다.

같은 세월을 살고 같은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이 세상의 단 한사람.

서로에게 감동을 주고 감동을 먹으면서 그렇게 서로의 주름살을 세어가며 그렇게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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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복롱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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