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밝고 즐거운 멜로디를 들으면 갑자기 발걸음도 빨라지고 나도 모르게 손도 까닥까닥 머리도 까딱 까닥 괜히 길가에 핀 꽃에 인사도 해보고 ㅋ 후다닥 도망가는 고양이에게도 친한척 손도 내밀고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화단을 보니까 어릴적 생각이 나서 출근길이 즐거웠다.
어릴 때 다닥다닥 모여살던 산동네 우리 옆집엔 산동네 집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도록 평수가 퍽이나 넓었던 집이 있었다. 그 큰집을 덩그라니 지키고 있는 건 나이많은 할머니 한분이셨는데 할머니가 외로우셨는지 어린 내가 찾아가면 여러가지 과자며 과일이며를 챙겼다가 우리 엄마 몰래 주시곤 하셨다.
그런 사정을 눈치 챈 엄마가 할머니한테 폐된다며 가지 말래도 어디 어린아이가 그런 사정을 알법이나 한가? 그저 주머니 속에 가끔 찔러넣어주시는 백원짜리도 탐나고 방안 여기저기서 보물처럼 튀어나오는 간식거리에 눈이 멀어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갑자기 웬 어린시절 옆집할머니 얘기인가 하면 안도현님의 사람이란 책을 읽다가 자주 등장하는 석류꽃 얘기에 어린시절 추억한자리가 생각나서이다.
옆집할머니네 집은 평수가 넓다보니 집도 남의 집보다 훨씬 컸지만 마당도 그만큼 넓어서 그 넓은 마당에 없는 꽃이 없었다. 철철마다 그 마당엔 이러저러한 꽃이 한가득이라 이쁜 사진 찍는다고 사진기 들고 집식구들이 염치불구하고 그 집 마당에 들어가 사진을 찍다가 내가 똥을 밟았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그렇게 똥밟은 표정으로 찍은 사진까지...
지금 다 기억은 못하지만 담장을 노란병아리가 덮은 듯 물들였던 개나리, 까만씨가 익기전에 살짝 귀걸이인냥 걸어보았던 분꽃, 긴씨를 쏘옥 숨기고 있던 새색시 쪽두리꽃에 오랫동안 지지않고 백일간 피어있다는 백일홍, 조그만 몸집에 정말로 많은 씨를 숨기고 있던 알록달록 채송화, 닭벼슬 같은 맨드라미, 벌 쫓고 쪽쪽 빨아먹던 맛이 그리운 사루비아 그 외에도 이름모를 꽃들이 참 많기도 많았다.
그리고 작가 안도현님의 말처럼 부엌쪽에 자리 잡은 석류꽃-석류꽃이 떨어져서 열매가 맺어갈 즘이면 그 신맛에 잘 먹지도 못하면서도 괜히 군침 흘리며 "할머니 저거 익으면 누구 줄꺼야?" 라며 괜히 애면복달 할머니를 졸라대곤 했다.
요즘은 이렇게 이쁜 화단 가진 집 찾아보기도 쉽지 않지만 그 뒤로 석류꽃 있는 집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 괜히 길가다 석류장사를 만나기라도 하면 사지도 않으면서 괜히 이것저것 잡았다 놨다 "석류가 이렇게 못생겼었나?" 하며 어린시절에 껍질이 벌어지면 그 안에 빨간알갱이들이 오물조물 모여있는게 예뻐서 만지작만지작 했던 기억만 새로워진다.
주말나들이 음악이 오래전 내 기억속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게 해준 듯 하다. 내 마음속 구석에 숨어 있던 비밀보따리를 풀어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쓰게 하니 말이다.
추억의 향기에 흠뻑 취해 오늘은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며 보석같은 추억 한아름을 소환해보아야겠다.
작성자 프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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