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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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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아주 힘든 시기에 신랑을 만났고 그 상황에서 도망치듯 결혼했습니다. 집에서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내 처지가 불쌍하고 비참하고 뛰쳐나가고 싶었지요. 30대 중반의 여성이 새로운 만남으로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기엔 쉽지 않았고 그럴 기분도 정신도 없었어요. 그 즈음 회사분이 소개시켜주신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사람을 놓치면 그 후 다시 또 다른 누군가와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 갈 자신이 없었어요. 귀찮기도 했어요. 그래서 제가 결혼하자 했고 결혼했어요.

후에 신랑에게 뭔 생각으로 저랑 결혼했는지 물어보니 자신도 나이가 차서 그냥 결혼했다 하더라구요. 우리 둘 다 뜨거운 연애기간도 없었고 너무 좋아서 한 결혼도 아니었어요. 서로 처지에서, 나이가 차서 그냥 결혼했지만 지금 잘 살아요. 천만다행으로 남편도 나도 불손하긴 하지만 나쁜 의도는 없는 결혼이었기에 결혼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애가 뜨거웠다면 변하는 모습에 상처받고, 서로 바라는 게 많아 실망도 컸겠지만 우린 그런 걸 못 거쳐서 그런지 상대를 비교적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오히려 결혼 후가 더 연애같고, 더 싸우고, 더 가까워지고 알콩달콩해진 것 같아요.

우리 부부는 아기도 없습니다. 안생기더라구요. 그것도 받아들이고 둘이서 삽니다.

앞으로도 잘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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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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