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엄마가 좀 엄격하신 편이었어요. 평소에 저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시곤 하셨는데 예를 들면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지 않았다거나 양말을 뭉쳐진 상태로 빨래통에 넣어놨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로도 30분을 넘게 꿇어앉혀놓고 잔소리를 하시곤 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죄송하다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니가 나를 무시하는거냐, 엄마를 우롱하는거냐는 말을 하시곤 하셨는데 그런 사소한 일로도 과하게 반응하는 엄마 때문에 생활습관 하나도 자기검열해가며 눈치를 보게되고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거기다가 엄마가 당시에는 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하셨었어요. 본인이 정리해놓은게 흐트러지는 것도 굉장히 싫어하셔서 냉장고에 소스병이 꽂힌 순서가 바뀐 걸로도 잔소리를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는 어린 맘에 잔소리를 안들으려고 엄마가 하는 방식대로 다 따라하기 시작했었어요. 그게 습관처럼 몸에 베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쭉 계속 됐고요. 문제는 이런 행동들이 저 스스로도 너무 버겁다는거예요. 엄마처럼 저도 제가 정한 기준에서 뭔가 벗어나있으면 견디지를 못하겠어요. 집에 물건들이 제가 정해놓은 자리에 있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에 꼭 갖다놔야 맘이 편안해져요. 어쩔 때는 자려고 누웠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는지 둘러볼 때도 있어요. 설거지를 할 때는 주방세제 사용 후 1차로 물에 헹군 후 극세사 수세미로 다시 한 번 문질러 주고 2차로 다시 헹궈줘야하는데 혹시나 저 아닌 다른 누가 설거지를 하는 일이 생기면 꼭 제 손으로 다시 설거지를 합니다. 그 사람이 제가 설거지 하는 방식대로 설거지를 하지 않았을테니까요. 한번은 재봉틀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다른 수강생들이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동안 저는 계속 이전 작품을 붙들고 진도를 빼지 못했었어요. 박음질이 삐뚤거나 간격이 일정하지 못하면 그걸 견디지 못하고 다시 실밥을 따서 다시 박고 다시 실밥 따고의 반복이었거든요. 이때 제가 강박증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집에서의 강박증상이야 단순히 생활습관이라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재봉수업 들으면서 제 행동들이 다른 수강생들과는 너무 달랐거든요. 초보니까 박음질이 좀 삐뚤수도 있는거고 배우는 과정이니 작품의 완성도보다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수업진도를 따라가는게 먼저인건데 저는 수업내내 삐뚤어진 박음질을 다시 뜯어내고만 있는거예요.. 좀 문제있다고 느끼고 고쳐보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제가 정한 기준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불쾌감부터 들고 똑바로 해놓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불안할 지경이니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틀에서 좀 벗어나있어도 그냥 맘 편히 가지고 무시하면 되는건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엄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엄마를 원망도 해봤는데 정작 엄마는 나이가 드시니 결벽증상도 거의 없어지시고 예전의 고압적이고 히스테릭한 성격도 누그러져 많이 둥글둥글해지셨어요. 엄마에게 예전 서운했던 얘기를 꺼낸 적 있었는데 엄마가 순순히 미안하다 하시는거예요. 그런 엄마를 보니 더이상 원망도 못하겠더라고요.. 지금의 제가 예전의 엄마 같아졌듯이 미래의 저도 지금의 엄마처럼 강박적인 증상 내려놓고 둥글둥글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요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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