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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은 누구나 하나쯤은 작든 크든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현대 사회에서 살기 힘들다보니 생기는 일종의 병인건지
원래부터 타고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저에겐 여러가지 강박증이 존재해요
강박증이 심해서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 조차 꺼려집니다
제가 거리를 두는 것도 있지만,
상대방이 제 성향을 알고 멀리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항상 외롭습니다
또 해결을 하고 싶은데 스스로 통제가 안되니 더 힘든 것 같아요
강박증이란?
불합리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그 생각을 떨치려고 할수록 더욱 초조해지는 정신 이상증.
제일 심각하게 나타나는 강박증 순으로 나열해볼게요
< 첫번째 확인 강박증 >
저에겐 확인 강박증이 있습니다
확인이라함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 출근 또는 여행가기 전 집에 가스, 보일러, 에어컨을 다 껐는지 '
' 외출 시 필요한 물품을 다 챙겼는지 '
' 업무를 제대로 처리했는지 몇 번이고 확인 '
' 상대방의 마음 '
이렇게 확인을 하곤 합니다
출근하기 전 분명 다 끄고 나온걸 확인 했고
제 스스로도 못 믿어서 그 후 사진까지 찍어두는데요
사진 찍은게 화질이 안좋아서 확인이 불가한적이 많아서
요새는 동영상 촬영까지 하고 그럼에도 올라가서 굳이 두세번 확인하고
심지어 혼잣말 까지 합니다..
나 지금 보일러 껐어
나 지금 에어컨 껐어
나 지금 냉장고 문도 다 닫았어
이렇게 소리내서 말을 해야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데요
어릴적부터 그런거라 안고쳐지네요
스스로 너무 피곤하고 특히 출근 전에 이 행동이 심해져서
출근 하기전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는게 힘드네요
제 눈으로 직접 몇 번이나 확인해야 한다는게 고통 스러워요
또 여행가기전이나 출근 했을 때 필요한 물건이 있잖아요
그걸 메모장에 적어놓고 빠짐없이 다 챙기거든요
근데 분명 적어놓고 소리내서 말하고 다 챙겼는데도
가방 문을 몇 번이고 열어서 다시 확인합니다..
주변에서 친구들도 그렇고 가족들도 너 왜그러는거냐고 그만 좀 확인하라는데
그만 할 수가 없어요
이런 행위를 멈출 수가 없네요
확인을 안하면 출발할 수가 없거든요
마음이 안놓여서요 불안하고요
일할 때도 상사께서 지시한 일을 마무리 하려고 할 때
마무리 단계에서 몇 차례 실수한건 없나 제대로 빠짐없이 했나 확인해요
이건 좋은 강박증이라고 생각하는데
업무 효율이 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합니다
게다가 너무 심각하게 확인하다보니 상사분한테 혼나기도 많이 혼났네요
넌 애가 그렇게 느려터져서 어쩌냐고
애가 빠릿빠릿해야지 요새 애들은 왜저래 라면서 매번 혼도 나네요
실수할 확률은 희박하지만
싫은 소리 듣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저에겐 힘이 드는 강박증 증상인 것 같아요
이 강박증은 사람에게도 적용 됩니다
사람 관계에서도 상대에 대한 마음 확인을 수차례 하거든요
남자친구랑 사귀게 되면 남자친구한테 하루에 몇 차례 물어봐요
너 내가 왜 좋아?
너 나랑 왜 사겨?
내가 어디가 좋은데?
처음이랑 마음이 같아?
나한테 질리지는 않았지?
나 아직도 여전히 좋아해?
나 아직도 여전히 좋아해?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합니다
상대방은 첨에는 대답해주죠
근데 저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고는 저보고 그만 좀 물어봐라
너 진짜 왜그러니 너 진짜 질린다 지겹다, 그냥 헤어지자 등등
안좋은 소리 한바가지 듣고 저는 차여요
저도 알아요 안좋은 강박이라는거
그런데 쉽사리 고쳐지지 않아요..
상대방이 주기적으로 마음을 말해주지 않으면 불안해요
또 제가 생각한 방향으로 상대방이 해주지 않으면 마음이 식었나? 하고 불안해져요
그래서 확인을 해야만 해요
직접 제 귀로 들어야돼요
그래야 안심이 되고 강박증세가 일시적으로 멈춰요
영구적으로 해결되는게 아닌데도.. 일시적으로 편안하고자 상대방을 괴롭히는 확인 강박증이 있네요
< 두번째 정돈 강박증 >
그 다음 심각한 강박증으로는 정돈 강박증이 있어요
저에게 정돈은.. 일자로 놓아야만 하는 그런 강박이예요
편의점이나 백화점 가면 모든게 다 일렬로 놓아져 있죠?
제가 딱 그렇게 정돈을 합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완벽하게 일자로 해놔야 그제서야 마음이 후련해요
이 정돈 강박증은 어머니로부터 저한테 고대로 옮겨 온 것입니다
어머니가 어릴적부터 유독 일렬로 놓는 것에 민감하셨거든요
음식도 일렬로 책 정리도 다 일렬로.. 옷도 다 일자로 정리하시고
저에게도 그렇게 해야한다고 말씀하셨죠
저는 그래서 그게 당연한건줄 알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성에 풀리지 않는 그런 강박이 생겼어요
심각한건 종이가 구겨져도 화가 난다는 것입니다
한번 보고 말 종이도 구겨지는걸 참을 수가 없어요
구겨지면 그걸 강박적으로 펴고 있습니다..
어차피 구겨져서 한번 접힌건데도 손톱으로 꾹꾹 눌러가며 일자로 다시 만들어 놓네요
직장에서 이렇게 정돈을 해놓으면 상사분께서는 좋아하세요
그래서 직장에서는 좋은 강박증으로 작용하나
집에서까지 그렇게 하니 같이 사는 가족이 불편해하더라고요
제가 상대방한테도 강요하거든요
왜 이렇게 놨냐고 다시 일자로 놓으라고요
너가 대충 놔서 내가 다시 정리해야하지 않냐고 화를 내죠
그럼 가족들은 저한테 되려 반박을 합니다
여기가 편의점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정리를 해야하는거냐고
너혼자 사는 집도 아니고
왜 냉장고에 음료수가 딱딱 맞춰져있냐고 화를 내요
너나 그렇게 정리할 것이지 왜 나한테까지 강요하냐고
자기는 정신병 걸릴 것 같다고 하면서요
저는 깔끔하고 좋아보이는데 상대방한텐 아닐 수 있더라구요
그런데 멈출 수가 없어요
삐뚤어져 있는걸 보면 답답해요
당장 일자로 맞춰서 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제 화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장이나 머리도 좌우 대칭이 맞아야되고..
눈화장 할 때 좌우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저는 화장을 지우고 다시 그려요
그래서 평상시엔 화장을 잘 하지 않습니다
화장을 하다간 제가 지쳐버릴 것 같거든요
화장을 했다가 지우고 다시 하고 반복.... 화장품을 이렇게 헤프게 쓰는 사람도 또 없을것 같아요
심지어 제 눈도 짝짝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눈 성형까지 고려중입니다
눈도 좌우대칭이 맞았으면 좋겠는데 쌍커플 크기가 다르거든요
그게 거울을 볼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 세번째 오염 강박증 >
마지막으로는 오염 강박증이 있어요
코로나라기엔 너무 오래전부터 그랬던거라
코로나 영향보단 이건 제가 타고난 강박증 인 것 같아요
유치원생 때 보면 친구들이랑 음료수나 과자 나눠먹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걸 못해요..
누구랑 뭘 나눠먹는거요....
그냥 각자 1인 1개 이렇게 먹어야됩니다
누구랑 침이 섞인다는 자체가 저한테 용납이 안되는 행위거든요
누가보면 넌 얼마나 깨끗하다고 그 난리를 치냐고 하겠지만
그냥 누군가와 뭔가를 섞어서 마시고 먹는다는게..
저한테는 비위가 너무 상하는 일입니다
솔직히 이건 강박증보단 결벽이라고 봐야겠지만
누군가가 이거 한 입 먹어봐!! 하면서 주는 그런 음식을
입도 못 댄다는게...
그리고 실수로 친구랑 컵이 바뀌어서 친구 컵 음료수를 먹은 적이 있는데
그 걸 알고나서 비위가 상하고 막 스트레스 받고
양치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네요
입이 오염된 것 같은 그런 느낌 때문에 입을 수없이 닦아냈었죠
성인돼서도 안 바뀌더라구요..
남자친구가 먹던 음료수나 남자친구가 먹던 물 컵
거기에 입을 대지 못하겠더라구요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그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이 돼요
남자친구랑 어느 날 설렁탕을 먹으러 갔는데
몇 숟갈 먹더니
설렁탕 안에 깍두기 국물을 넣더라구요
저더러 와 국물 진짜 맛있다면서 한 입만 먹어보래요
근데 저는 먹을수가없었어요...
남자친구 침이 가득 들어간 국물이라는걸 생각하니 도저히 못먹겠더라구요
그래서 미안.. 못먹을 것 같아 내가 내 국물에 넣어서 먹어볼게 라고 했죠
그랬더니 저보고 서운하다면서..
내가 먹던거라 더러워서 그렇냐면서 그 날 데이트를 망치기도 했었죠
또 저는 서비스직이거든요
고객님들 카드를 만지거나 고객님 물건을 어쩔 수 없이 만질 때
만지고 나서 고객님들을 응대해야하니까 손을 바로 씻지 못하잖아요
그럼 손 씻기 전까지 머릿속에 손이 오염됐다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들고
손을 막 비벼요
손을 안절부절 못해요
당장 씻어내야 되는데 못 씻으니까 미쳐버릴 것 같아요
고객님이 나가시면 그제서야 한숨 쉬면서
손을 벅벅 씻고.. 핸드크림도 잘 못 발라요
어차피 핸드크림 발라도 저는 손을 수시로 씻거든요
그래서 손이 항상 건조하고 갈라져있어요
하도 씻어서 겨울에 심할 땐 손에서 피가 나기도 합니다...
문 손잡이 잡는 것도 못해요
식당 들어가거나 나올 때 문 손잡이를 만지면 손이 갑자기 엄청나게 찝찝해져요
그래서 항상 팔꿈치로 문을 밀고 들어가곤 합니다
또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책상 위 먼지를 보지 못해요
수시로 줍고 닦고 쓸고 그래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것도 저희 어머니의 영향인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는 예전부터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지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하시고
머리카락 주우라고 저한테 항상 수시로 말하셨고
싱크대에 물방울 하나라도 맺혀 있는걸 못보셨거든요
행주로 물기가 없을 때까지 싱크대를 항상 닦으셨고
책상도 그만 닦아도 되는데 계속 물티슈로 닦고
물티슈 물방울 자국이 남는걸 보지 못하셔서 마른 걸레로 한번 더 닦으셨거든요
그 영향이 저에게도 온건지 저도 똑같이 그럽니다
물방울 자국이나 미세한 먼지, 머리카락, 털 이런걸 못 보네요...
스스로 너무 피곤하고 그만 멈추고 싶은 행동들인데
멈출 수가 없네요
거슬리는걸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하거든요
< 강박증으로 인해 생긴 버릇들 >
이런 강박증이 심하다 보니 저는 몇 가지 습관이 생겼어요
아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집 밖을 나서기 전에 더 일찍 기상해서
소리내서 내가 잘 껐고 잘 챙겼고 혼잣말 3번씩 하기
연애를 하게 되면 상대방한테 집요하게 확인 하지 않도록
혼자 메모장에 적어 보기
확인 하지 말기
일자로 안 놓여져있으면 내가 직접 시간이 걸려도 다시 정돈해보기
상대방한테 절대 부탁하지 말 것
내가 정리 해야 직성 풀리니 내가 직접 정리 할 것
손 당장 못 씻으면 손을 비벼서 불안한 감정 멈추게 하기
손을 긁어보기 최대한 남 물건과 접촉 하지 않게 장갑 껴기
이렇게 저만의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나니 참 할말 없을 정도로 제 자신이 뭐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되나 싶고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되는건지 스스로 답답하네요
이런 성향이 있다보니 제대로된 연애는 이미 물건너갔고
친구들 또한 제 강박적 행동에 지쳐서 저를 멀리 하고 그렇네요
그래서 저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마음도 많이 못 주고
깊게 사귀지 않는 편이에요
제 강박적 행동으로 저만 힘든게 아니라
주변사람들한테까지 피해를 주고 피곤하게 하는 그런걸 더이상 하고싶지 않아서..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통제가 안되는 문제에 이렇게 신경써봤자 뭐하냐 하겠지만
이런 문제들로 저는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네요
이런 강박증상에서 벗어나서 편안한 삶을 살고 싶은데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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