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아주 극단적인 충동조절장애가 있습니다. 아마도 어릴때부터 아주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인 불안감, 압박감, 분노 등의 감정이 가슴 깊숙이 억눌려있다가 이따금씩 터지는데 아닌가 싶습니다.
가지지 못했지만 무시당하지 않게 가진척 당당한척 해야하는. 90점으로는 안되는. 더 잘해야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칭찬보다는 혼이 났던. 들키지 않아야 하니까 친구도 집에 데려와서는 안되었던. 결코 집안 이야기를 해서도 안되고 꼭꼭 숨겨야만 했던.
사실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그걸 인정해서도 안되고 들켜서도 안되고 철저히 숨겨야 했습니다. 왜냐면 ‘애비없이 키웠으니 그럼 그렇지’라는 말을 들으면 안되었으니까요. 무시당하면 안되었으니까요.
가진 사람들보다 어중간한 사람이 더 하죠. 자기보다 덜 가진 사람을 무시하는 것요.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며 위안 삼는 심리를 가진. 안타깝게도 저와 제 어머니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 투성이었네요. 뭐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는 됩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버틸 수 있겠죠. 그치만 이해한다고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어머니도 저도 정말 많이 상처받았습니다. 그래서 더 상처받지 않으려면 부족한걸 숨겨야 했습니다. 나를 드러내고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야 어머니도 나도 조금은 더 행복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네요. 차라리 당당하게 자기 부족한걸 드러내면 오히려 무시를 못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정말 너무 늦었죠. 마음의 병이 쌓일대로 쌓였으니까요.
나 아닌 나로 살면서 느낀 압박감과 불안감, 회의감들로 한번씩 폭발할때 저는 완전 이성을 잃습니다. 윗사람이고 뭐고가 없네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기분 나쁘다 하고 지나갈일을, 아니 어쩌면 기분 나쁨조차 못느끼고 지나갈일을 저는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이거 설마 나를 무시해서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찰나에 스치면 그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가 주체가 안되며 발산되어 버립니다. 고등학교 갓 입학 후 선배에게, 대학교 신입생때 엠티에서 교수에게, 회사 입사 이틀만에 전무님께, 반 미치광이가 되어 악다구니를 했습니다. 주변 모두가 놀라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저만 바라보도록요. 그럴때면 정말 이후는 생각도 안합니다. 그냥 그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당장 퍼붓지 않으면 화가 나서 정말 죽어버릴것 같거든요. 이후는요? 죽어버리지 뭐. 하는 한심한 생각이나 하죠.
한차례 난리가 난 후에는 모두가 내 눈치를 봅니다. 나는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이 되어버리죠. 뒤에서는 손가락질 하면서요. 그리고 그게 불편해서 슬슬 피하게 되고 겉돌다가 못견디고 떠나버리는건 언제나 저였습니다. 결국 죽지도 못할거면서. 덤빌때 그 용기는 다 어디가고 저는 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그 사람들이 무서워 도망치는 겁쟁이가 되어버립니다.
안그러고 싶습니다. 무시 좀 당하면 어때? 하고 진정으로 당당해지고 싶습니다. 누가 무시하는 것 같다고 충동적인 화를 주체 못해 날뛰어서 결국 자기에게 손해가게 하는 짓을 제발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치만 너무 오래 그리 살아와서인지 바꾸기가 쉽지 않네요.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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