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5학년 쯤에 고슴도치를 키웠어요
처음에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은 생명을 책임지는건 힘든일이라며 반대하셨지만
제가 너무 원해서 허락을 해 주셨어요
지금은 유튜브로 그 때보다 고슴도치에 관한
많은 정보가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보가 별로 없었어요
중성화 수술도 따로 없어서 주기적으로 힘들어하는 고슴도치를 보며
같이 우는 것도 제 일상이었죠ㅠㅠ
도치를 키우면서 제가 할 수 있는건 집을 깔끔하게 유지해주고 똥도 바로바로 치워주는 것이었습니다
학교다녀와서 종종 제 배에 올려두고 같이 1시간 낮잠도 자고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제가 사춘기가 찾아올 때 같이 지냈던 그 시간들이 도치의 성격을 예민하게 만들었을까봐 혹은 제가 느꼈던 불안한 마음을 전해주었을 까봐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도치의 어렸을 때 모습
도치인생 첫 목욕이었어요 ㅎㅎ
피아노치면 꼭 주머니 안으로 들어왔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던 도치는 8살나이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 당시로는 매우 오래 산 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도 너무 미안한점은 제가 공부 욕심이 많었던 편이라 고등학교에 가면서
신경을 많이 못써준것이에요
자연스레 집에있는 시간이 없었고 그 시절 도치와 함께한 기억은 나지 않아요ㅠ
다행히 그 무렵 엄마가 퇴직하셔서 도치 케어를 전담해주셨지만 제가 데려온 작은 생명체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기분이 들어 아직도 죄책감이 듭니다
제 기억속에 도치는 아픈시절이 없어요 건강하고 어렸던 순간이 더 많아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도치가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고작 저의 하찮은 두려움 때문에 보고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어주지 못한 저
저를 보며 배려해준다고 도치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말해주지 못한 가족들…
오히려 시간이 지난 지금 도치가 떠난 계절이 찾아오면 절로 미안한 감정이 깊어지네요
미안한 감정이 깊어지면 하늘을 보며 종종 말해요
“미안해 내가 .
내가 너무 철이 없었어, 제발 좋았던 시간을 더 기억해줘“
이 말이 전해질 수 있을까요
도치가 보고싶었던 날 그려본 그림이에요
작성자 도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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