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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많은 세월이 흘렀다.
자그만 키와 외소한 몸 때문에 자신을 얕본다며 어깨를 쫙 펴고 꼿꼿한 자세로 걷던 친구.
깊은 쌍꺼플이 있는 눈가에 주름을 잡을 때면 하얀 이가 보이는 미소가 근사하던 녀석이었다.
늦은 나이가 되도록 독신이었던 친구는 자신보다 친구들을 더 좋아하고 챙기는 정스런 사람이었다.
그해 내 생일을 챙겨주러 왔던 친구는 허리쪽이 아프다며 검진 예약을 했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친구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바람 같은 말을 전해왔다.
평소 술을 과하게 좋아하긴 했지만 50도 안 된 나이가 안타까웠다.
겨울 초입에 진단을 받은 친구는 동문회 축제가 있는 진달레 피는 계절까지 견딜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버들개지 움이 돋던 그 봄 초입에 녀석은 한 줌의 재가되어 동무들과 불알키우던 고향산 언저리에 뿌려졌다.
지나치게 착하기만 해 손해보는 일이 많았던 친구. 친구를 좋아해 틈만나면 번개를 치던 녀석. 함께 주말 마다 등산도 갔던, 어린 시절보다 나이가 들어 더 가까워진 내 친구.
어떤 이보다 소중했던 친구를 보내던 그날 이름 모를 새가 장례식 장 유리문 턱으로 호르륵 날아들어 울던 기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친구야~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잔잔히 흐르는 피아노 선울을 따라 내리는 빗줄기가 옅고 짙어지기를 반복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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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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