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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oo. (<때문인지, 덕분인지(Vo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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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oo.

오랜만이야. 이 애칭으로 너를 다시 불러보는 건. 
너랑은 서로의 관심분야기 비슷하고 많아서 금방 말이 통했어.

그래서 금방 친해질 수 밖에 없었지.

원체 마음을 쉽게 내어주지 못하는 나로써는 그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어. 

너무도 빨리 너와 친해져 버렸으니까. 

 

 

너는 음악을 참 잘했어.
악보는 보되, 음을 잘 모르던 나와 다르게...
너의 청력은 꽤나 예민했고, 꽤나 잘 알아 들었지.
그래서 때때로 너는 표현을 음악으로 하길 좋아했어.
나는 글을 썼고, 너는 내 글에 대한 대꾸를 네가 만든 음악으로 대꾸했지.

(대게 피아노나 기타로 너는 노래를 만들고는 했어)
그 나눔은 꽤나 재밌었고, 흥미로웠어. 

 

게다가 넌 베이킹도 꽤 잘했어.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있다면 너는 뚝딱뚝딱, 금방 만들어 내고는 했어. 

그래서 너네 집 그 작은 오븐은 무슨 마술 오븐 같았어.

뭐든 네가 만들어서 넣으면 아주 맛나고 예쁜 빵이 나오고는 했으니까. 

 

그런 너를 나는 사실 잊고 살았어.

그렇게 마음이 통하고, 마음을 나누었던 너를 말이야. 

 

너와 헤어지게 되었던 건 네가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였어. 

섭섭함에 눈물이 나긴 했지만 우리는 우는 것 대신해서, 

함께 짧은 여행을 가기로 했어. 

 

마음 같아서는 어디 저 멀리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놀러를 가고 싶었지만,

그때는 학생이었으니까 무슨 여행을 길게 갔다올 수가 있겠어?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장 먼 지하철 노선의 끝을 갔다오기로 했지.

 

거기가 대야미였어. 

4호선의 끝. 

도시도 바닷가 마을도 아닌, 

어느 어중간 했던 곳. 

하지만 우리로써는 한껏 부풀어서 떠났던 곳. 

 

거기서 나름의 바다를 보며, 

많은 약속들을 했던 것 같아. 

 

유학 가서도 계속 편지하고 연락 계속 하자고.

힘들었던 순간이 오면 언제든지 털어놓자고.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 둘은 이해하고 있으니까.

네가 '아'라고 얘기만해도 여기서 '어'로 대답하겠다고.

 

그리고 너는 호주로 떠났어.

 

실제로 우리는 대야미에서 했던 약속대로 편지를 주고 받았고, 

나는 당시 감명 깊게 읽었던 류시화 번역의 <지구별 여행자>를 

네가 살던 호주로 소포를 붙어 보내기도 했지.

(하지만 넌 속상해 했어. 그때 호주에서 택배 시스템이 엉망이라 함부로 물건을 던져서 온다고.

그래서 내가 보낸 책이 찢겨져 있었다고 슬퍼했지.)

 

하지만 시간이 보다 더 흐르고 난 뒤에는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공유하지 않았어. 아니, 못했지.

 

더는 공유하기에 

나는 나의 세계가 있었고, 

너는 너의 세계가 있었으니까.

그 다른 두 가지의 세계를 공유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다른 환경 속에 속해 있어져 버렸어.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소식들이 띄엄띄엄거리며 왔다갔다 거렸던 것 같아.

 

그러다 결국 소홀해져 버리게 되었지.

대신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도 살았던 것 같아. 

 

그러던 중에....

라디오 사연 주제가 '친구'로 뜬 걸 보았어. 

문득, 그 주제를 보는데가 덜컥, 네가 생각났어. 

수 많은, 지금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지만....

그냥, Boo....

네가 떠올라 버렸어. 

 

 

<때문인지, 덕분인지(Vocal)>라는 사운드는 예전에 네가 내 글에 대한 답례로 만들어 들려줬던 음악과 비슷한 느낌이었어. 

 

차분하게 느껴지는 기타 소리와....

뒤에 깔려 나오는 피아노 음색이....

그리고 그 두 악기와 혼합된 보컬의 목소리가....

 

너와 함께 웃고, 즐거웠던 순간들을 생각나게 하더라. 

 

너와 친하게 지냈던 그 시절, 

나는 엉망이었어.

그때의 내가, 내가 지닌 환경이, 모두가 싫고, 버겁고, 거지 같았지.

 

자존감이 그야말로 바닥이었어. 

 

그 바닥에서 절대로 건져 올라올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어.

이렇게 밑바닥을 전전하며 살게 분명하다고 스스로 자조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때 너를 만났어. 

 

빛나던 너를 만나서 나는 신기하게도...

 

사운드 속 노랫가사처럼...

 

웃음이 많아지게 되고,  

     표현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어.

 

 

너의 무한대의 지지와, 이해해 주는 마음 덕에...

나는 난생처음으로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던 것 같아.

 

내가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네 덕에 알았어. 

 

그게 너무도 고마워. Boo.

사실 백방으로 너를 찾아보려고, 알아보려고 했지만...

너의 귀화와 여러 복잡한 상황 덕에 더 이상 널 찾을 수가 없게 되었어. 

 

하지만 이건 확신해.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빛이 날 거라는 거. 

그 누구보다도 누군가를 열렬히 지지해주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할 거라는 거.

 

그런 너를 내가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 

부디, 잘 지내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래. 

 

 

 

링크주소 : https://cashwalk.page.link/Jfo7rba9TheFCyDW8?soundId=20474&service=mindkey&soundType=s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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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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