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이루고 싶은 참 많은 소원들이 생기지요
누군가는 돈 많이 벌어 빨리 은퇴해서 여유롭게 살고 싶을테고 또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을테고
또다른 누군가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멋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행복한 가정도 꾸리고 싶을테구요
저도 남들 다 갖는 그런 저만의 소소한 소원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이루고 싶은 건 엄마에 관한 소원이예요
저의 엄마는 제가 태어나자마자 이혼을 하셨어요
전 철이 들기도 전부터 부모님 그늘 아래에선 크지 못한채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게 되었지요
워낙 옛날 분들이고 다들 생계유지에 바쁘시니 저는 그냥 방치된채 자랐던것 같아요
엄마는 일년에 한두번쯤 저를 보러 오셨었고 아빠는 알콜중독때문에 치료 받느라 요양원 같은곳에 있으셨구요
제가 부모님 연애사며 이혼하게 된 배경을 알길은 없지만, 제가 부모님의 정확한 이혼시기를 알게 된 건 성인이 된 후 유학을 준비하면서 주민등록초본이란걸 떼어보게 되면서예요
그 때 처음으로 부모님이 이혼한 정확한 날짜를 알게 되었지요
제가 태어나고 2년도 안되서 헤어지셨더라구요
그렇게 저는 엄마랑도 아빠랑도 크게 얽히지 않은채 그렇게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20살이 되면서 엄마랑 같이 살게 되었는데 엄마는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성격이 되어 있더라구요
한마리의 고슴도치처럼 온 몸에 가시가 돋힌채 그렇게 날카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자존심은 세지만 자존감은 낮은 사람이요
일단 매사에 부정적이세요
같은 동네에 바로 위 언니가 살고 있는데 얼굴만 보면 싸웁니다
나이 차이가 안나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살면서 언니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지 아니면 질투를 하는건지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가끔 식사라도 같이 하게되면 과거의 캐캐묵은 얘기까지 다 꺼내서 분위기를 흐트러트립니다
물론 두 분의 기억은 항상 정반대예요요
어쩜 같은 사건을 두고도 사람의 기억이 그렇게나 다를수 있는지.. 예를 들어 이모가 사고가 나서 입원을 했는데 이모가 "어쩜 한번도 안 와볼수가 있냐" 그러면 엄마는 "내가 몇번을 갔는데 그런 거짓말을 하느냐" 뭐 그런 식이예요
두분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답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 친가 욕을 너무 많이 하세요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돌아가셨고 아빠도 팬데믹중에 돌아가셔서 친척들만 남아 있는데도 결혼 초기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나 악독하고 매정하게 대했는지 아느냐는둥 할머니가 짠돌이라는 둥 독하다는 둥 그런 식입니다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랑은 다르구요
옆에서 그런 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니 숨이 막힐 지경이예요
그리고 저한테도 굉장히 모질게 굽니다
가끔 내가 친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을 함부로 하고 흔히 TV나 드라마에서 보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이랑은 정말 거리가 먼 그런 분이세요
다른 부모들은 그런 상황이면 자식 다 버리고 도망간다는 둥 난 안그랬으니 나한테 감사해야 한다는 둥 끊임없이 저를 지적하고 남과 비교하고 대화의 90% 이상이 남 얘기입니다
저는 남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요
지금 우리의 행복, 앞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가 지금 해야할 일, 그리고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는 길 그런것에만 관심이 있거든요
소모적으로 사람들하고 다투는 일도 싫어하고 그냥 평화롭게 살고자 하고 지금은 크게 욕심도 없어요
다만 엄마 옆에 있으면서 제 정신이 좀먹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성인이 된 뒤 엄마랑 살림을 합했다가 반년도 안되서 가출을 했습니다
20살이 넘은 후라 가출이라고 해야 할 지 독립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얘기도 없이 집을 나갔고 그렇게 몇년정도 연락없이 산것 같아요
진짜 같이 있다가는 죽을것 같더라구요
그 후 이십대 중반이 지나 다시 살림을 합했다가 전 또 다시 탈출을 했고 급기야 유학까지 가게 됩니다
엄마한테서 멀리 멀리 떨어지고 싶었었나봐요
그리고 긴 긴 유학생활과 해외살이를 마치고 전 작년에 또다시 엄마가 있는 본가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이제는 저도 나이가 들었고 엄마도 늙으셨고 일방적으로 엄마의 잔소리를 듣던 시절과는 조금은 달라졌지만 저는 또다시 본가에서 탈출해 지금 이모네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웃기지요
사람이 바뀐다는 건 역시 쉬운일은 아니었던 모양이예요
이십대 초반의 탈출 이십대 후반의 탈출 사십대의 탈출.. 저는 그렇게 살고 싶어서 엄마 곁에서 떠났습니다
저의 지금 소원은 단 하나예요
엄마가 상처받았던 과거에서 탈출해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램 딱 하나입니다
지나간 피해의식과 트라우마는 이제 그만 벗어던지고 주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좀 부드러운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게 현재 저의 가장 큰 소원이예요
한때는 너무 너무 미웠던적도 많지만 그래도 어찌되었든 엄마에겐 제가 유일한 가족이고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그 때 그 시절의 변변치 않은 학력으로 그리고 이혼녀라는 타이틀로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저도 짐작은 합니다
기댈 곳도 없고 주위에 도움 받을 곳도 없고 그리고 외로웠을테고..
생각해보면 제가 첫 가출을 했을때 엄마 나이가 지금의 제 나이더라구요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저를 보면 엄마도 참 젊은 나이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그 혈기왕성했던 엄마도 이제 70이 넘으셨고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날이 더 적으니 남은 세월만큼은 주위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그렇게 유연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예전엔 엄마가 너무 미울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넉살좋게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며 엄마를 웃겨드리기도 합니다만 서로간에 생활습관이 너무 안 맞고 또 각자 혼자 살아온 기간이 길어서 같이 사는건 안되겠더라구요
엄마는 제가 해외생활을 접고 들어온 이유중에 엄마가 아프면 바로 갈 수 있게끔 근처에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는 걸 알려나 모르겠네요
힐링사운드님의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멜로디] 라는 곡을 엄마랑 같이 듣고 싶어요
이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엄마의 지나온 세월이 안타깝기도 하고 엄마도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컸으면 지금보다 더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 살짝 눈물이 핑 돌게 하는 그런 곡이네요
엄마도 이제 그만 사람들에 대한 미움을 내려놓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지금 제 유일한 소원입니다
https://cashwalk.page.link/GXcS
우리 엄마에게도 화양연화같은 시절이 있었구나..
까마득한 어린 시절 해남 대흥사에서..
둘이서 같이 찍은 사진 찾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 ㅠㅠ
작성자 켈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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