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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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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즐길 때인 청춘을 저는 자취하면서 혼자 밥먹고, 혼자 자고, 월세에 세금에,, 앞으로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야 할 많은 걱정으로 20대가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자립심을 기를 수 있는 시기였어요. 부모님이 계시지만 어려운 집안형편에 대학 졸업 후엔 더 이상 손 벌리고 싶지도 그럴수도 없었지요. 그럴 생각조차 못 한 것 같아요.

청소년기 사춘기를 겪으며 부모님과 많이 싸웠고 저도 많이 비뚤어져 얼른 어른이 되면 집을 나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상경해서 설, 추석에도 집에 잘 내려가지 않고 혼자 명절을 보내도 그게 마음이 편했을 정도로 그냥 마음이 많이 썩어 있었던 것 같아요.

20대를 그렇게 부모님과 떨어져 보내면서 서먹서먹해지기만 할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가끔씩만 만나다 보니 오히려 더 애틋해지더라구요. 서로에게 그런 감정이 싹트자 그 때 부턴 꼬박꼬박 명절 때 뿐 아니라 휴가때도 집을 찾았어요. 그 때가 20대 후반 이었어요.

그러다 30대 초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평소 지병이 있으셨는데 제대로 된 약이나 수술도 못 받으시며 지내오시다 급작스럽게 돌아가셨지요. 남은 가족들 편하게 해 주려고 그러셨는지 안녕 잘 지내라 인사하시고는 1주일만에 하늘로 가셨어요. 언젠가는 아빠가 지병으로 돌아가실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해왔는지 가족은 서로를 위로하며 일찍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오빠때는 그러지 못했어요. 아빠 돌아가시고 1년만에 오빠도 하늘라로 가버리더라구요.

오빠는 암이었는데 발견했을 때 이미 4기였고,, 저는 서울 직장생활도 그만두고 오빠 병간호를 하겠다 맘 먹고 짐을 싸들고 내려와 병원에서 살면서 간병했지만 6개월만에 세상을 떠나버렸어요. 그 동안 왜 몰랐을까,, 오빠에게 너무 무심했다, 미안해,, 후회와 걱정만 하기엔 시간이 정말 아까워서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치료는 모두 해 주려고 애썼어요. 너무너무 살리고 싶고 살아만 있어주길 빌었는데,, 이제 백일 된 아가랑 4살짜리 꼬맹이, 오빠가 항상 이상형을 만났다고 행복해하던 아름다운 새언니를 남겨두고 떠나는 오빠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안되더라구요,,

우리 가족은 그 시기에 너무나 큰 절망 속에 빠져 각자의 마음 추스리기도 힘들어 서로 위로하기보다는 날 선 말로 상처주다가 울고, 사과하고, 또 싸우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께 너무 죄송했던 시기였어요. 엄마는 남편을 잃고 1년만에 자식을 잃고,, 엄마맘을 제가 너무 몰라드렸어요,,

저는 이 시기를 겪으면서 우울증을 견뎌 내 단단해지고, 세상을 너무 조급하게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게 아니면 죽는 것도 아닌데, 잘 못 되어도 죽는 것도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면 못 할 게 없더라구요. 이미 벌어진 일에 징징거리는 건 잠시만 하고 앞으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더 힘을 쏟는 성격이 되었어요. 엄마도 많이 힘드셨지만 저랑 비슷한 마음으로 이겨내신 것 같아요. 대화를 해 보면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제가 또 불효를 하네요,, 작년 말 저도 암 진단을 받아 올 해 초 수술을 받았답니다. 일흔 중반이신 울엄만 모든 병간호와 음식, 운동 등 옆에서 저랑 함께 해주셨어요. 엉엉 많이 우셨어요. 저까지 잃을 수 없다고 혼자 두지 말아라고 엉엉 우시다가 곧 마음을 단단히 드시고는 엄마가 하실 수 있는 것들을 제게 베풀어주셨지요.

저도 언젠가는 갑자기 하늘나라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게 엄마보단 더 후의 일이길 바라요. 엄마만 혼자 남겨두고 가면,, 정말 큰 불효일테니까요.

사랑하는 가족과, 지내오던 자신의 삶을 두고 떠났던 오빠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진짜 조금 알 것도 같아요.

인생이 참 짧아요. 짧은 인생을 가늠해봤을 때 정말 조그맣고 별 것 아닌 일에 목숨걸고 싸우고,, 그렇게 안살려구 해요. 남편이랑도 같이 살 날이 얼마나 된다고,, 고작 20년(도 많다ㅋ) 될까요,, 싸워도 그 생각하면 금세 화해하게 돼요. 자존심 세운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지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이런걸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나,, 그럴 시간에 알콩달콩이나 더 하자 싶어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로 오히려 단단해진 앞으로의 내 인생을 응원합니다.

 

 

마음에 위로를 주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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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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