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임순씨.
올해 8월 중순이었나. 그 날 이후로 처음 불러보는 이름이네.
지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 이 비가 그치면 만연한 가을이 언제 여름이 있었냐는 듯이 성큼, 그 자리를 차지하겠지.
올해 여름 밤은 그런대로 맑아서 별이 보여서 좋았어.
그 별들 틈 사이에 우리 임순씨가 있을 테니까.
누군가 그러더라고.
사람은 죽으면 밤하늘의 별이 된다고.
그러니까 죽어도 사실은 죽는 게 아니라고.
영혼의 빛이 밤을 반짝거리고 있는 것이니 그 빛으로 언제나 있는 거라고.
그러니 이 별이 이별이 아니라고.
그 말 때문인지. 아니면 8월의 밤하늘 속 별이 유독 빛났던 탓인지.
밤 하늘의 별을 볼 때면 임순씨 생각이 참 많이 났어.
그거 알아? 아직도 내 지갑 한 켠에는 우리 임순씨가 나한테 줬던
그 꼬깃한 5천원이 있다는 거?
그 5천원은 임순씨가 나한테 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던 용돈이었어.
어느 주머니에서 나온건지도 모를 그 꾸깃꾸깃한 5천원을 쥐고서
조심스레 나보고 가까이 오라 손짓하더니
누가 그 모습을 볼까 좌우까지 돌아보며
얼른 가져가라고, 내 손에 쥐어주었잖아.
그 쥐어준 돈을 가지고 요양병원에서 걸어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정말이지 눈물이 펑펑 났어.
우리가 함께 살았던 그 긴 세월동안 내 기억의 임순씨는
그렇게 살갑지도, 따스하지도 않은 할머니였잖아.
근데 이상하게 그때 임순씨가 돈을 쥐어주며 내 손을 잡던 손은...
이상하리만큼...
예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이 한껏 묻어 있었어.
이 양반이 이렇게 다정한 할머니였던가 싶을 만큼.
그리고 그 날이, 우리의 마지막이었지.
돌이켜보면 임순씨는 나랑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했던 것 같아.
조금은 애석하고, 조금은 섭섭하기도 해.
그런 인사말고.
서먹히 잘 지내세요, 라는 말 말고.
다르게 우리가 인사를 나누고 이별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서없었던 그간의 일들을 우리는 단 한번도 꺼내지도, 섞어내지도 못했으니까.
사실 막 돌아가시고 나서의 1년은 괜찮았어.
예상했던 일이 조금 당겨졌던 거였고, 그렇게라도 돌아가신 게 호상이라는 생각도 했으니까.
그리고 2년째에는 감사하기도 했어.
그 여린 몸으로 힘들게 우리 삼형제를 키우신 것도 맞으니까.
하지만 3년째가 되니 왜 사람을 보내고, 헤어지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지 알겠더라.
이제 3년을 다해가는 요즘...
나는 임순씨가 밉다가도, 고맙다가도, 화가 나기도, 사랑스럽기도 해.
임순씨를 할머니로 만나 가족이 되어 살았던 그 시간이 고맙기도, 싫기도 해.
그 복합적인 감정들이 이제야 정리가 되는 기분이야.
이 기분으로 정리가 되기까지 정확히 3년이 필요했던 것 같아.
임순씨, 잘 지내시길 바래.
밤 하늘이든, 땅이던, 누군가의 자궁이던...
혹은 그 어느 미지의 세계이던...
응원할께.
부디, 그 세계에서는 이보다 더 고생하지 말고,
이 보다 더 속으로만 앓지 말고...
다 표현하고 살고, 다 누리고 사시길 바래.
그리고 나를 키워주셔서 고마워.
임순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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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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