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8월 15일이었어.
8월 15일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날이야.
그 날은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이 광복을 하게 된 날이고,
그런 날 치고는 날이 더운 8월의 중순이었고.....
덕분에 그 세월을 지나쳐 태어난 우리들은 광복절이라는 이름으로 그 날을 기념하며,
달력 속에서 빨간색이 칠해진 것을 보게 되었지.
그리고,
그 날은 K, 너와 처음 만났던 날이기도 해.
너와 만났던 날,
나는 새하얀 와이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어.
인내심을 갖고, 겨우 겨우 길러내어 어깨 위에 겨우 닿았던 머리카락은
위로 끌어 올려 둥글게 말아 찡긋, 묶어놓았지.
그래서 내 목덜미가 드러나게끔 말이야.
우리가 보기로 한 곳은 인사동 부근의 칼국수 집이었어.
우리의 약속 시간은 7시였지만,
너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아직 당도를 못하고 있었어.
나는 이 자리를 주선해 준 친구와 함께
내키지도 않은 물을 계속 마셔대며 자동적으로 열려대는 문 쪽을 흘끔흘끔 쳐다봤어.
사람들이 왔다갔다 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문이 열릴 때마다,
얼마나 설레고, 떨렸는지 몰라.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 날, 칼국수를 먹자고 한 것은....
인연을 길게 이어나가려면 국수를 먹어야 된다는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묘하게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말을 들어서야.
왠지 그래야 너를 길게,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쨌든, 이윽고 사람들이 왔다갔다가 거리는 사이에 가게 자동문이 또 열렸어.
이번에도 나는 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흘끔, 거리며 보게 되었지.
그리고 열린 문 사이로 나타난 너와 눈이 마주쳤어.
처음 만난 날이었는데도, 눈이 마주친 순간, 너라는 걸 바로 알았어.
눈이 큰 너는 웃을 때 반달 모양이 되어 지며 눈꼬리 끝이 휘어져.
그게 너무 예쁘지. 그래서 나는 네가 웃을 때가 좋았어.
그리고 그 날도 너는, 내가 좋아했던 그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말했어.
"안녕하세요?"
그냥 인사였을 뿐이잖아.
근데 그것 뿐인데도 왠지 참 많이 따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참 많이 다정하고, 참 많이 설렜어.
너와의 그 만남이, 그 시작이었던 그 순간이...
때때로 기억이 날 때면 나는 작은 숨구멍 하나를 발견하는 듯 해.
그래서 말이야.
K, 만약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으로...
누군가 데려다 준다고 한다면...
그럴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너와 처음 만났던 그 날, 그 시간, 그 장소 속으로 돌아갔으면 해.
다시 그 날로 돌아가 나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며
그 설레는 미소를 짓던 너를 처음 마주할 수 있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비록 그 순간이 아주 짧을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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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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