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신입 직원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구조예요.
제 눈에는 아기처럼 보이는 막내 직원도 벌써 입사 6년차네요.
중간에 몇 분의 입사와 퇴사, 그리고 부서 이동이 있기도 했었지만
각자의 전문 분야가 뚜렷한 직종이다보니
한번 입사를 하게 되면 퇴사를 하지 않는 한 거의 끝까지 함께 가게 됩니다.
업무 특성상, 부서 이동도 거의 불가능한 편이고요.
그렇다보니 저 또한 같은 분들과 정말 오랜 시간을 일하고 있고
각자의 성격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지요.
순수하게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이제는 어쩌면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일 수도 있겠네요.
이런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정말 많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단점은
내가 퇴사를 하거나 니가 퇴사를 하지 않는 한,
맞지 않는 사람과 은퇴까지 쭉.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네요.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갈등이 생기게 마련인데
각자 업무가 바쁘다보니 갈등이 생겨도 해결할 시간이 없구요.
그래서 그냥 참고 넘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묵은 갈등이 켜켜이 쌓여서
거대한 지층이 되어 마음 속에 콱 박혀 있는 기분입니다.
이건 아마 저 말고도 우리 팀원들 모두 마찬가지일겁니다.
저희 회사는 각 부서 안에서도 각자의 분야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저와 A님만 하고 있지요.
회사 내에서 이 업무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달랑 저와 A님 둘 뿐인데 안타깝게도 A님과 저는 성향이 정말 많이 다릅니다.
어쩌면 저와 가장 친해야 할 사람인데 마음이 가장 먼 사람이 되어 버렸네요.
업무가 구분되어 있어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이 공유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제 입장에서는 A님이 하신 업무를 보면 참.... 답답합니다...
A님도 아마 제 업무 방식이 맘에 들지 않으시는건 분명하고요.
A님은 일을 벌려놓고 자유롭게 하시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순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리고 저는 과거에 A님이 올려두신 자료까지 전부 검토하고 살을 덧붙여 나가는데
솔직히 구멍이 많아서 그걸 다 메우다보면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A님이 일을 안하시는건 아닙니다.
실질적인 저보다 업무량은 더 많아요.
하지만 그 시간을 쪼개서 티타임도 하셔야 하고, 산책도 다녀오셔야 하고,
전화 통화도 하셔야 하니 시간이 늘 부족하지요. 그래서 결과물은 늘 엉성하구요.
같이 일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진짜 피터지게 싸웠어요.
지금은 어차피 엉성한 결과물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은 A님이니
저는 나중에 그 결과물에 살을 덧붙일 때 수정해서 제 이름을 올리는 것이니
업무에 대해서 제가 상관하지 않고 있구요.
그런데 속상한 점은 제가 그 구멍을 메우는 동안
A님은 사내 인간관계를 쌓아가고 계신다는 겁니다.
저는 업무를 시작하면 자리에서 거의 일어나지도 못하고 모니터만 보고 있는데
A님은 티타임을 하시고, 산책을 하시면서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고 계시는거지요(제 욕도 하시면서.....).
좀 시간이 지난 이야기이긴 한데,
다른 팀 직원분이 저에게 뜬금없이
"같이 일하는 사람이 둘 뿐인데 그렇게 안맞아서 어떻게 해?" 라고 하셔서
제 험담을 하고 다니신다는걸 알았네요.
저희 팀원 분들이야 워낙 오래 같이 일한 분들이라
저에 대해서 100% 오해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아마 70% 정도는 잘못 알고 계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거나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지만 바쁨)
까칠하다거나 (->몇 십년을 남의 실수 커버하느라 내 일도 못하고 있으면 부처님도 화내실듯)
이런 식으로요. 물론 이미지 관리를 못한 저의 잘못도 크지요.
그래도 저는 달랑 두명 뿐인 우리 소팀이 욕먹을까봐
"A님 빵꾸 메우느라 바빠요"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 점은 이제와서야 억울하긴 합니다.
사람을 참 좋아하는 성격인데
사람때문에 상처도 잘 받는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대인관계가 참 어려웠어요.
나이를 먹으면 좀 무던해질까 싶었는데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대인관계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저 관계에서 포기라는걸 알게 되고, 티내지 않는 방법을 습득하게 되었을 뿐이랄까요.
회사 내에서 이런 관계는 이미 오랜 시간동안 굳어져버린 관성같은 것인데
이제 와서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한다고 상황이 바뀔까, 하는 회의감도 들고
이미 저 또한 이런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서 변화를 생각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요.
작성자 그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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