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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사소통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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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의식, 혹은 자격지심, 그리고 낮은 자존감 때문에 저는 의사소통에 많은 장애를 느낍니다. 아마도 어릴때부터 무시당하기 쉬운 가정환경 때문에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극심해서일 겁니다.

누구를 대하든 저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방어태세를 갖춥니다. ‘나를 무시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어’하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죠. 의식해서가 아니라 습관처럼 굳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와도 편안히 대화할 수 없습니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의 큰 틀보다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에 자꾸만 신경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존중하는 상대에게는 사용할 수 없을 법한 말투나 단어가 하나라도 제 귀에 들리면 그때부터 내용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로지 분노만이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지금 너 나를 무시하는 거냐?’하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찹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불쾌함을 표현할 방법과 기회만을 노리게 됩니다. 하던 대화는 더이상 진행될 수 없죠. 내 귀는 그 순간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니까요.

불꽃을 튀기는 제 눈을 보며 말하던 상대가 점차 이상함을 감지하면서 말을 멈추면 그때부터는 둘중 하나입니다. 나의 불쾌함을 상대가 눈치채어 자기의 말을 돌이켜보고 말투나 단어를 바꿔 말하는 부류, 아니면 자기 말을 듣고 있는 거냐며 되려 화를 내는 부류. 후자의 경우가 되면 그때부터 싸움의 시작이죠. 소리치며 싸우는게 아니라 관계의 끝이 되어버리는 조용한 기싸움. 하던 이야기는 더이상 생각도 안납니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지나고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그 순간에는 왜 그리 참기 힘든지.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 누구도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내게 반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고등학교 입학 첫날 일진 선배와도 그 이유로 싸워 전교생이 아는 ‘깡쎈 1학년 걔’가 되었고 입사한 첫날 부장님께도 대들었습니다. 무시하는게 싫다면서 자기가 건방진 짓을 하고 있죠.

잘못이라는 걸,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아는데 나이를 먹어도 상황이 되면 여전히 그러네요. 사실상 무시 좀 하면 어떻다고…

상대의 별 생각 없는 말 하나로 혼자 상처 받아 괴로워하는게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최대한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구와 대화해봐야 어짜피 내용은 무용하고 나만 상처받을 것 같으니까요. 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욱하는 나로 인해 당황할 상대를 위해서 의사소통은 최대한 자제하고 홀로 지내는게 모두를 위하는 길 같습니다. 그치만 가끔은 이 적막함이 싫을 때가 있네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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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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