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분명 친구가 많았던 것 같다.
매일 수십, 수백통의 문자를 주고 받았고 매주 주말마다 약속이 꽉꽉 차있었다.
아까 만나고 들어온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떨다가 잠드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약속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홀로 보내는 주말이 많아졌다.
내 나이의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자녀가 있다.
이 나이 즈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양육하고 생활을 꾸려가느라 바빠서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독신인 나는 가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건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20대의 나와 지금 나의 생활은 달라진게 없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더 멀리 앞서서 달려 나가는 느낌이다.
결혼이, 육아가, 반드시 인격 성장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철없는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데
친구들은 나보다 훌쩍 큰 어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혼자 지내는 주말은 이미 너무나 익숙하다.
출근하지 않는 날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훨씬 많다.
나는 말을 많이 하고 듣기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고요가 좋았다.
입과 귀를 쉬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날들이 길어지면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
성대를 통해 입 밖으로 나오는 나의 목소리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혼잣말이 많아진다고 하는게 이런 이유 때문이구나 싶다.
음식이라도 제대로 차려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재료를 구입하고, 손질하고, 조리하고 설거지까지
먹는 것은 순간인데 그 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늘 한 끼 대충 때우고 만다.
그래도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는 자주 먹지 않는다.
건강이나 금전적인 부분도 분명히 이유가 되기는 하지만
3년 전인가.. 치킨을 먹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산지 꽤 오래 되었다.
처음 혼자 살 때는 이것 저것 요리도 많이 했었고
가족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먹지 못했던 음식들도 잘 사먹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치킨을 시켜 먹고 있는데 치킨에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래 씹는 맛, 고무 씹는 맛,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갓 튀겨온 치킨인데 그저 무언가를 씹고 있다는 것 외에는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처음에는 코로나에 걸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마도 혼자 먹는 치킨이라 맛이 없었던게 아닐까.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는 말을 수 차례 들으면서도 한번도 공감해본 적이 없는데
그 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처음으로 알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음식을 열심히 차려 먹지 않는다.
어차피 뭘 먹어도 다 똑같으니까.
그렇다고 밥을 적게 먹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밥을 많이 먹는다.
뭐랄까.
위에 구멍이 난 것처럼 아무리 음식을 밀어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그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음식을 꾸역꾸역 밀어넣는다.
엄마 밥이 맛있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다.
똑같은 브랜드의 밥솥으로 똑같이 지은 밥인데 왜 맛이 다를까.
이 또한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고립감 때문일까.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괜찮을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또 사람을 만나자니
회사 사람들과 지내는 것도 힘든데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도 자신이 없다.
실제로 동호회 활동도 해보았지만 이 나이쯤 되면 각자 고집과 주장이 뚜렷해져서 섞이는 것이 더 고역이다.
집에 혼자 가만히 앉아 있다보면
가끔은 집 안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작성자 익명
신고글 [고립감] 이렇게 지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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