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가 사회성에 딱히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오진 않았습니다.
어릴 때는 워낙 소심하고 부끄럼도 많이 타서 낯선 사람들 앞에선 얼굴도 금방 붉어지고 말도 들릴 듯 말 듯 작게 해서 발표도 잘 못하는 아이이긴 했었지만요.
이런 부분들은 크면서 조금씩 성격도 달라져 어느새 저는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방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그런 밝고 활달한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사실은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사회성이 좋아 보였던 내 성격은 사실 내가 억지로 무리해서 만들어낸 모습이 아닌가 스스로 의심하고 자문하는 일이 늘었답니다.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인관계를 이어 나가려 아등바등 애쓴다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스스로 깨닫게 된 겁니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었던
소심하다 / 자신감이 부족하다 /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린다 / 같이 짝을 하면 불편하다 / OO이랑 둘이 남으면 어색하다
이런 말들에 상처를 받고 언젠가부터 '나는 이러이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야'라고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저 스스로에게 호응이 좋으며 리액션이 뛰어나고 예쁜 척, 조신한척하지 않는 굉장히 털털한 사람이라는 역할을 주고 거기에 맞춰 본래 제 성격과는 다르게 더 과장되게 반응하며 박장대소하고 어떤 말을 들어도 상처받거나 화내지 않는 쿨한 사람을 연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다들 저를 분위기도 잘 맞추고 함께 있어도 어렵지 않은 사람으로 여겼어요.
그런데 사실, 그러는 와중에도 제 속마음은 이런저런 수많은 생각들로 복잡하고 다음 행동과 말을 계산하느라 긴장감에 두근거렸습니다.
'지금 말이 끊기면 어색해지겠지? 내가 다음 말을 어떻게든 이어 나가야 해. 나랑 있을 때 불편하다고 여기면 어떡해. 나는 어디서나 항상 잘 적응하고 잘 어울리고 사회성이 좋아서 같은 팀원이 되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여겨졌었는데, 그게 아니란 걸 사람들이 아는 게 싫어!'
이런 생각들로 만들어낸 이미지대로 행동하다 보니, 이게 습관이 되어 저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솔직하고 진실한 모습은 보여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나름 대인관계를 좋게 맺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고 어쩌면 이젠 그 또한 제 모습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런 식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있는 게 너무 피곤하고 지치고 사회성이 좋아 보여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사실은 저도 새로운 누군가와 교류를 하는 게 긴장되고 어색하고 그렇지만 이미 내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있는 터라, 그런 속마음은 숨긴 채 타인과 타인을 서로에게 소개해 주고 연결시켜주고 그들이 어색해 하지 않게 중간에서 온갖 분위기 메이커 같은 행동을 다 하는 광대가 된 것 같다고 스스로 느낄 때가 있달까요...
사회성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을 연기하느라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교류를 못하게 되어버려 어느 순간 지치고 가식적으로 변하는게 저의 문제 같은데... 이런 저는 남들이 보기엔 사회성에 문제가 없어 보이고 저만 느끼는 저 혼자만의 문제겠죠?ㅎㅎ;;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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