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 서울에서 혼자 내려가 근무를 했던 적이 있다. 사원들끼리 사는 아파트에 살게 됐는데 내가 제일 직급이 낮아서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 옆 방에서 생활을 해야했다. 대전에 연고도 없어서 퇴근하면 방에 들어가 혼자 밥먹고 책보거나 하다가 잠을 잤는데, 혼자 있으니 말도 안하게 되고 나중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으니깐 귀가 먹는(?) 느낌도 받았다.
혼자 동네 영화관에 영화보러 갔던 적도 있는데 ㅋㅋㅋ 개봉한지 진짜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더라... 맨날 서울에서 최신 영화만 보다가 그런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충격이다(영화비 받을 거 다 받음. 아직도 있으려나 그 영화관)
하여튼 진짜 지루하고 재미없는 지방생활을 하려니 너무 힘들었고 시간이 미치도록 안 가는 느낌이었다. 서울에서 운전해서 다녔었는데 너무 가기 싫어서 나중에는 아예 밤에 출발해서 늦게 도착하곤 했다.
혼자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려 톨게이트를 통과할때쯤 창문을 내리면 도로 지면과 바퀴가 맞닿아 마찰음을 내며 구르는 소리가 창문을 넘어 들어왔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마찰음과 함께 밀려들어오는 새벽 공기는 지루한 운전이 끝남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그 때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진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오직 한가지, 찬 새벽공기가 흘러드는 차 안에서 듣던 바퀴 마찰음뿐이다.
그 이후 야간운전을 할 때 그 순간이 생각나서 똑같이 해보지만 그 때 느꼈던 그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상황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서 그런거겠지만, 나에게 여전히 새벽은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작성자 렌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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