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사정이 있어서 한해 동안 이사를 4번이나 다닌 적이 있다.
이사를 했지만 바로 한두달 뒤에 이사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삿짐을 풀지도 않고 지냈을 정도다.
그 해 아버지의 친구분네 반지하방에서도 두달 정도를 거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워낙 짐의 반의 반도 풀지 않고 마치 피난 온 사람들처럼 거주하던 때
새벽에 옆에서 자던 언니의 소스라치는 비명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깨진 소주병을 든 웬 젊은 남자가 언니의 배를 깔고 앉아 언니 목에 병을 들이대고 있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정말 그 가난한 집으로 무슨 생각으로 강도짓을 하겠다고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뭐 훔쳐갈것도 없다고 문단속도 안하고 살던 우리집의 문제도...;;
그 젊은 사람은 언니와 나를 위협하며 정말 이렇게 들어올 생각이 없었으나
자기가 월세가 밀리고 너무 살기가 힘들어서 그랬다는 하소연을 한참 늘어놓고는
소리를 지르거나 신고를 하면 가만놔두지 않겠다며 나의 학교를 물어보고
그렇게 조용히 나갔다.
언니와 나는 30분 여를 둘이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가 이윽고 터져나오는 울음과 함께 안방으로 뛰어가 강도가 들어왔었다며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고 1이였던 나도 21살이였던 언니도 뭐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그 두려움이 머리속에 너무 강하게 남아 그 뒤로는 집 문이며 방문이며 창문이며를 밤만 되면 단도리하고 또 하고 한동안 학교 앞에 그 사람이 서있는건 아닌지 두려움에 떨었었던 악몽같은 기억이다.
하여간 그 젊었던 강도는 본인도 겁에 질려있었던건지 나갈 때는 자기의 허름한 구두 대신 아빠의 슬리퍼를 신고 도망을 가버렸고... 그렇게 언니와 나에겐 악몽같은 트라우마가 남았다.
언니는 그후 돌아가실 때까지 한 여름에도 창문이나 방문을 꼭 잠그고 자는 버릇이 생겼었고
나도 이젠 30년이 흘러 그때의 그 강도가 정말 다행히도 뭐 큰 해코지를 하기 위해 들어온게 아니라 정말 어리버리한 세상고에 찌들었던 젊은 청년이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될 정도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 방문이 열려있으면 심장이 두근거려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 속에 남는 상처나 트라우마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남아서 햇볕에 말리고 마음으로 치유해도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 어렸던 언니가 지금도 살아 있다면
언니 우리 그때 정말 무서웠는데........사실 알고보면 그 강도 엄청 어리버리했지? 하며 웃을 수 있을텐데...
언니는 트라우마가 아직 강하게 남아 있을때 세상을 떠나버려서
여린 맘에 회복되지 못한 상처를 안고 가버린거 같아서......
이젠 언니보다 두배의 나이가 된 내가......어린 날의 언니를 포옥 감싸안아주고 싶다.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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