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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너무 아픈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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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가지 인생의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중에는 소소한 충격 혹은 인생의 방향점이 바뀌게 되는 큰 사건부터 시작해 트라우마로 남을만한 큰 충격적인 일까지 별의별 일이 다 있을거라고 봅니다

 

저도 제 인생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아주 어렸을 적 시골집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했는데 마루에 있던 기둥이 썩어서 흰개미가 온 마루며 마당을 잠식했던 기억..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몇시간동안 어른들이 귀가하기를 기다렸던 기억..그 때는 진짜 너무나 공포스러웠어요

 

초등학교 어느땐가는 그림 그리러 학교 뒷산에 올라갔다가 귀신 본 썰.. 3명이서 같이 본 기억이라 허상은 아니었지 싶지만은 한동안 불을 끄고는 잠을 못자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내가 본게 귀신이 맞기는 했나 싶은 희미한 기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족들끼리 해수욕장에 갔다가 물에 빠져 할아버지가 구해 준 사건.. 저는 그 이후로 해수욕장은 가지도 않고 바다에도 가지 않으며 이 나이가 되도록 수영도 못 배운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기억의 한편들을 자리잡고 있는거 보면 나름 큰 충격이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일본에서 오래 살았어요

유학을 간 시점부터 최근 귀국하기 전까지 총 18년정도 산 것 같아요

일본이 워낙 지진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이고 실생활에서도 강도 1~3 정도는 수시로 일어나는지라 그냥 일상의 한부분처럼 받아들이면서 살았지요

 

많은 일본인들이 그렇겠지만 생활의 기반이 그쪽에 있고 지진이 난다고 금방 이사를 간다거나 직장을 옮긴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렇게 생활하던 중 2011년 03월 11일 후쿠시마 동일본대지진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저는 그 날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느때와 같은 지진이 일어나더라구요

그런데 그날은 평상시 15초~30초면 끝나던 지진과는 달리 1분여정도 진동이 있다보니 사람들이 패닉이 되어 책상밑으로 숨기 시작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이 건물을 손에 쥐고 좌우로 흔드는 느낌.. 그 느낌이 딱 맞을거예요

조금만 더 흔들리면 건물 무너지겠다 싶을 그 때쯤 진동이 멈추었어요

전화는 붙통이 됐고 직원은 울고 있고 사람들은 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패닉상황이었습니다

전철도 멈추어서 언제 운행될지도 모르는 상황

집에는 어떻게 가나.. 고민하다 저는 그 날 회사 소파에서 잠을 잤구요

그 다음날 어찌어찌 집에 돌아갔더니 선반에서 물건이 다 떨어져 집안이 난장판이 됐더라구요

 

그러나 제가 있던 곳은 도쿄였기에 사실 후쿠시마 진원지랑은 거리가 약간 있었어요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며 잠을 청했는데 제게 쇼크를 준 건 그 다음에 매스컴에서 접하게 된 쓰나미였어요

쓰나미와 원전의 멜트 다운..

방사능이 퍼질지도 모른다는 급격한 공포..

 

 

 

 

 

 

갑자기 사태가 급전환되면서 도쿄에 있는 한국인들이 모두 한국으로 귀국하기 시작했어요

비행기표가 매진이 되고 도쿄에 있던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오사카나 삿뽀로까지 가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만 탈 수 있다면 일본 어느 지역으로든 갈 기세였어요

다들 직장이 여기 있으니 일단 와이프와 아이들만이라도 한국으로 보내야겠다며 여권 들고 무작정 여행사를 방문하는 사람들부터 시작해 여행사 전화가 불이 나고 여행사 문앞이 인산인해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어요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미비한 존재인지 저는 뼈저리게 깨달았고 이 사건 이후로 일본에서는 혼인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하더라구요

어느날 갑자가 인생 자체가 끝날수 있다는 인생무상, 허무함 같은걸 느꼈던 걸까요

가족의 필요성, 의지할 누군가가 절실히들 필요했던 모양이예요

 

저는 아직도 그 쓰나미 장면을 잊을수가 없어요

모든게 한순간에 떠내려가는..

누구 한 사람 손을 쓸수도 없으며 그저 바라만 보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허무함

욕심부리고 아둥바둥 살아서 뭐하나 싶은 그런 마음도 들구요

TV에서도 지진만 났다하면 쓰나미 경보가 울렸는지 안울렸는지부터 알려주더라구요

 

 

얼마전 폭우로 경북 예천에서 산사태가 났었습니다

모두가 잠들었던 한밤중에 산사태가 나서 산밑에 있던 집들이 다 파묻혔어요

그렇게 저의 큰이모와 큰이모부가 돌아가셨습니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 

 

 

 

전 바닷가 근처에서 살 생각도 귀촌을 할 생각도 산 밑에서 살 생각도 없습니다

가끔식 떠오르는 쓰나미 장면과 뉴스에서 나 온 산사태 장면과 그 밑에 파묻혀 3일만에 발견된 이모부 내외의 잔상이 어우려져 가끔씩 가슴이 답답해져 올 뿐입니다

지진이나 폭우 뉴스가 나오면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듣게 되네요

다시는 이런 재해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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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켈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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