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여름에도 문을 꼭꼭 다 닫고 잠그고 자야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철저하게 다 닫고 자야해요.
현관문과 바깥창을 닫았다해도
제가 자는 방의 문도 창문도 다 잠궈야 합니다.
저는 인지하지도 못했어요.
이게 트라우마일 거라고는..
그냥 성격상..
워낙 꼼꼼하고 철저하게 챙기는 편이니까
문을 꼭꼭 닫는 것 또한
그런 성격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문득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예요.
당시 저희집은 주택이었고
담장이 낮은 편이었으며
부모님은 문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당시는 그랬어요.
대문이고 창문이고 다 열어놓고 살았죠.
여름이 다 가고
선선한 바람이 들 무렵이었네요.
제 방은 창이 아주 컸어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침대는 창 바로 밑에 있었구요.
원래 예민해서 깊게 잠들지 못하긴 하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갑자기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니,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려던 남자.
딱 봐도 고등학생 정도로 느껴지는 모습에
너무 놀라서 고개를 들었어요.
그리고 "누구야!" 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누구야! 라는 소리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무섭고 놀라서 소리도 못질렀을 것 같은데..
그 남자가 저를 노리고 들어오려던 건지
아니면 금품을 노리고 들어오려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놀란 그 남자는 얼른 다시 뛰어내려 도망갔습니다.
제 소리를 듣고 제 방으로 뛰어오신 엄마.
아빠와 동생은 그 남자를 잡으려고 따라갔지만
이미 도망가고 난 뒤라 잡을 수 없었어요.
그 이후로 저는 제 방에서 혼자 못자고
엄마아빠랑 계속 같이 잤어요.
그리곤 여태 그 일을 잊고 살았네요.
어쩜.. 인간이 망각의 동물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그 공포가 트라우마로 남았겠죠.
그래서 본능적으로 저도 모르게
문단속을 심하게 하게 되었나봐요.
그 때 제가 누가 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계속 자고 있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제 인생이 어쩌면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를 그 때 그 사건.
다시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주변엔 다들 여름에 베란다쪽 문이랑 창문 같은 건
열어놓고 잔다고 하더라구요.
제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올여름 도전해봤다가 밤새 뜬눈으로 지샜습니다.
밖에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만 나도 창밖을 내다보게 되고
문이 흔들리는 소리만 나도 남편을 깨우게 되고
뭔가 떨어뜨리는 소리만 나도 흠칫하게 되는..
저는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 저도 나이가 더 들고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된다면
집안에 있는 문뿐만 아니라
마음의 문도 활짝 열 수 있게 될까요?
저 뿐만 아니라..
또한 다른 트라우마를 가진 모든 분들.
부디 많은 분들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해서
한발자국 더 나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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