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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찾아오는 트라우마

https://mindkey.moneple.com/trauma/23522913

숨기고 싶었던 트라우마가 있어요. 
자세히 쓰고 싶은 맘과 

혹여나 쓰다가 더 기분 나빠질까봐 
간략히 쓰고 싶은 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되는대로 적기로 하고 글을 씁니다ㅠ

 

중고등학생 시절 정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심한 언어 폭력을 당했던 기억이 있어요. 

 

가족들은 모두 몰랐는데 

평상시에는 아무런 티도 안 내다가 

주로 출근이나 퇴근할 때 자고 있는 

제 방에 와서 욕을하고 갔기 때문에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버지는 낮에는 멀쩡했습니다.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시기가 아버지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시절이라 

누구라도 붙잡고 풀고 싶어 했고 그게 만만한 저로 잡힌 것 같아요.

 

한 3년 정도 지속된 일인데 처음 1년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했고 

일어나는 소리가 나면 자는 척하고 핸드폰 녹음기를 키고 놔두는 것을 

몇 번 반복한 후에야 이게 진짜라는 걸 알았습니다. 

 

수위 높은 폭언에 

어찌해야할 지를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오히려 너무 수위가 높아서 와닿지도 않는 욕들이라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기도 해요.

 

거의 익숙해졌을 무렵 또 출근준비하며 

욕을 시작 하다가 엄마한테 들켜서 

엄청 심하게 혼쭐났지만

 

 잠시만 멈출 뿐 

다시 슬금슬금 와서 

종종 욕을 하고 갔습니다.

 

첨 들켰을 때 집안 분위기가 

장난아니었고 엄마도 힘든시기여서 

다시 욕이 시작되었어도 

엄마에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 시기에도 완전히 

괜찮을 수는 없었습니다. 

 

눈물이나고 손발이 벌벌 떨리고 

나는 내동생 자는 척 하면 다 보이는데 

진짜 내가 안자는걸 모르나? 

엄마한테는 혼잣말 한거라고 변명했다던데 진짜 혼잣말인가?

 

평상시에는 평범한 아버지였기에 저는 잠결에도 자지 못하고 속 끓이는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끓고 끓이면 결국 다 타버리듯이 

어느덧 될 대로 대라 죽여버리겠다 

백날 외쳤어도 

여직 못 죽인거 보면 못 죽이려나보다 이런 생각이 자라기 시작하더라구요. 

 

이걸 속이 단단해졌다고 표현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게 맘을 먹으니 외유내강이 뿜어져 나오는지😂  아버지도 이상행동을 멈췄습니다.

 

제 삶은 대부분 괜찮았고 크면서도 어버이날, 아버지 생신 다 챙기는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정말 한번 쯤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왜 어린 나에게 그랬었는지를요.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도 못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아버지가 나가면 녹음기를 다시 틀어보고 욕이 시작되면 

깜짝 놀라 냅다 파일을 삭제하던 모습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지금은 고쳤지만 20대 초에는 

자다가도 누가 한숨 쉬는 소리가 나면

반사적으로 폰을 잡아 녹음기를 키려했습니다.

 

20대 중후반 쯤 어쩌다보니 일이 그렇게 되어 도대체 왜 그랬냐고 아버지에게 물어봤습니다. 

 

수 년간 생각하며 연습했던 

질문이었는데 실제로 말하는건 

너무 어려웠지만 울지 않고 담담히 해봤는데 결과는 정말 대참사 였습니다.

 

저는 사과를 바랬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하다가 

저보고 사과하라고 그러더라구요. 

 

엄마도 제 편에 들어 

대판 싸운 후에야 일이 끝났는데 

사과는 당연히 못 받았고 

그냥 감정만 험악해졌을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많은 일을 겪었고 

놀랍게도 저는 아버지랑 

나름대로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디서 본 동영상에 큰 감명을 받아 그대로 행동하려 노력했기 때문인데요.

 

 

물컵(기억)에 더러운 흙(부정적 경험)이 들어갔다고  그걸 손으로 꺼내려고 하면 더 흙탕물이 될 뿐이니  그냥 새로운 물(긍정적 기억)을 부어서 흙이 자연히 컵 밖으로 나가게 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렇게 해봤습니다. 

 

헤집지 말자, 

사과받으려 하지말자 하고서요. 

 

하지만 아버지에게만 좋은 일인 것 같고 

제 맘은 아직도 불쑥불쑥 괴롭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뭔가 불만스러워하면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맘이 너무 불안해집니다. 

 

이제는 커서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는 동생이 있어  제가 상태 안좋아보이면 동생이 저를 바로 커버 쳐주지만 저도 극복하고 싶네요.

 

저는 이제 겨우 30살 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강해지고 

아버지는 약해질 것이에요. 

그거는 어쩔 수 없는 순리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아버지에게 쫄아있고 

어떤 때에는 화낼까봐 필요 이상으로 애쓰는  제 모습이 못나보이고 싫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아직도 자는 척 하는 중학생이 되버린 것 같은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러다가도 마음이 중간없이 널뛰어 

혹여 나중에 아버지가 나이들어 병져 눕는 일이 생기면 그 동안 쌓인 울화를 다 풀어대며 패악을 떨까봐 그것도 걱정입니다.

 

쉽게 말해 이럴까봐도 걱정이고 

저럴까봐도 넘 걱정입니다. 

 

그냥 둬도 평범한 효녀로는 컸을텐데 ...

 

어째서 나의 아버지는 

내 마음에 이런 그늘을 만들어 

이렇게 저를 미XX 널뛰기 하는 맘을 갖게 하는건지 정말 힘드네요.

 

나이들어 제 마음이 다 소진될 때 까지 

저는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제 마음에 그늘에도 무지개가 뜰 날 이 오겠지요?

 

최대한 담담히 쓰려고 노력했는데

쓰다보니 진심으로 써서 넘 길어졌네요 

읽어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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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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